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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중국 ‘시스템 플레이’ 뛰어나지만 ‘파괴적 혁신’은 글쎄(중앙선데이,2020.08.22)

2020-08-22l 조회수 340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토마스 프리드만은 2005년 인터넷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는 미·중 디지털패권전쟁으로 다시 쪼개지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은 민간의 혁신 DNA다. 혁신적 연구와 인재를 배출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과 세계 최고의 혁신 생태계 실리콘밸리가 핵심이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의 국가자본주의, 거대한 자국 시장, 창업 1세대의 역동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칭화대 엘리트의 유연성·속도
빅데이터 등 연구에 효과적이지만
창의적 연구자 성장 공간은 제약

2001년 쑨자광, SW대학 세워
“추격자 넘어 세계 선도자 될 것”

MS·구글, 아시아 허브 고민 중
한국 유치해 IT 생태계 키웠으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피터 티엘의 저서 『제로 투 원』은 미국 경쟁력을 압축해 표현한다. 시장 경제와 혁신 가치를 존중하는 미국은 비싸게 만든 ‘원(1)’을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10이나 100으로 불려 미국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불가피한 이유다. 중국이 가장 취약한 곳은 ‘원’을 만드는 대학이다.
 
2018년 5월 8일부터 사흘 동안 필자는 중국의 최고 명문 칭화대의 SW대학 국제 평가위원으로 이 대학을 심층 진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선언한 대로 중국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중국을 이끌 칭화대도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하는 범대학 차원의 국제 평가였다.
  
칭화대, 창업 요람 중관촌의 심장부 위치
 
칭화대 SW대학에서 2018년 5월 열린 국제 평가회 의. 칭화대는 2001년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SW대학을 설립했다. [사진 차상균]

칭화대 SW대학에서 2018년 5월 열린 국제 평가회 의. 칭화대는 2001년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SW대학을 설립했다.
[사진 차상균]

“우리는 지금까지 추격자였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선도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칭화대 부총장이 진지하게 회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했다.
 
“한 가지 양해 부탁드릴 것은 중국 공산당 시스템은 그대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서울대-칭화대 교류를 통해 친해진 학장 왕지안민(王建民) 교수가 이 대학 소개를 했다. 이후 이틀 동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부생, 대학원생, 조교수, 중견교수들을 따로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고 그룹별로 연구를 평가했다.
 
칭화대 SW대학은 2001년 쑨자광(孫家廣) 교수가 칭화대에 변화를 일으키고 중국 SW 인재 양성의 모델을 세우기 위해 설립했다. 초대학장은 쑨 교수와 뜻을 같이한 구빙린(顧秉林) 부총장이 2년 동안 맡았다. 구 부총장은 이후 2003년부터 2012년까지 9년간 총장으로 칭화대를 이끌었다.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구 부총장의 뒤를 이어 10년간 학장을 맡은 쑨 교수는 SW대학을 키우는 동시에 베이징대를 비롯한 중국 내 200여 SW대학 또는 학과의 설립을 이끌었다. 중국 SW 발전의 영웅이다. 그 이전에는 칭화대 자회사인 칭화동팡의 설립에도 기여했다. 칭화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정년 이후 쑨 교수를 재임용했다.
 
칭화대 SW대학의 국제 평가는 설립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학장 등 보직자와 쑨 교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칭화대의 전반적 시스템은 선진 대학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개인의 잠재력과 지도층의 혁신 의지는 명확했다. 중국 창업의 요람 중관촌 한가운데 있는 칭화대는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가 모델이다.  
 
칭화대는 한국의 연구로 실리콘밸리에 창업해 SAP와 인수합병(M&A)한 뒤 HANA 인메모리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장을 연 필자의 스토리를 부러워했다. 쑨 교수의 영향을 받은 왕 학장이 칭화대 걸출방문교수 제안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설립 준비에 매인 필자는 이 제안에 응할 수 없었다.
 
칭화대를 서울대와 비교해 보면 교수의 개인기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공산당 중심의 조직화된 시스템 플레이는 탁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체제는 목표가 정해진 빅데이터 AI, 4차 산업혁명 연구의 속도와 성과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평가 중 연구원들이 중국 기상위성 영상을 실시간으로 받아 AI 기술로 기상과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플랫폼을 데모했다. 새로운 AI 플랫폼 개발에 필수적인 대량의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파트너 중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 회사인 금풍(金風)도 있었다.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자사의 풍력 발전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칭화대에 제공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칭화대의 지주회사 소유 투스 파크(Tus Park) 빌딩과 심볼.
[사진 차상균]

미국과 한국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 엘리트 집단의 이런 유연성과 속도는 원천 기술에서 우위를 점한 미국에도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시스템 플레이에서 창의적 아웃라이어의 성장이 용이할지는 의문이다. 미국에서 포스트닥을 하거나 빅테크 연구소 경험이 있는 젊은 교수들은 경직된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칭화대가 선도자 도약을 위한 혜안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현재로는 파괴적 혁신이 쉽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 캐나다, 한국 등에서 온 7명의 평가위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칭화대가 세계의 선도자가 되려면 첫째, 연구의 임팩트를 논문 수와 임팩트 가중치 등으로 계량화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며, 둘째, 실제로 SW를 만드는 인재의 육성을 위해 오픈소스 SW나 SW 사업화를 가치 높은 업적으로 인정해야 하며, 셋째, 교수와 학생들이 개방된 환경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칭화대 방문 즈음해 베이징대에선 120주년 행사가 열렸다.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대가 앞서가는 생명과학 연구진과 함께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몽’ 실현을 위해선 중국의 두 최고 대학인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인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칭화대 평가 하루 전 도착한 필자는 구글이 중관촌에 세운 AI연구소를 걸어서 방문했다. 이 연구소는 컴퓨터 비전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가 된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중국계의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 교수가 구글의 수석 과학자로 일하던 2017년 말 아시아의 최고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연구소에는 연구원이 별로 없었다. 구글의 이 AI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패권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조용히 사라졌다.
  
미국에 AI 반도체 등 공동연구 제안도
 
2018년 12월 6일 워싱턴 DC. 필자는 한·미 양국의 디지털 협력 발제자로 민관합동 한·미경제포럼에 참석했다. 오전의 인도태평양 정책 세션에서 한국이 신남방 정책을 설명하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베트남, 인도와 함께 협력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놀랍게도 당일 아침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CFO 멍완저우를 밴쿠버에서 체포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필자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MS, 구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해온 전략적 관계를 상기시켰다. 이어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미국 유학을 한 과학기술 인력이 가장 많은 나라이니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AI 반도체와 플랫폼 SW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미 국무부 한국 담당자와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사장이 심각하게 경청을 하고 발표가 끝나서야 자리를 떴다.
 
MS와 구글 같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교두보 마련을 위해 연구소를 세우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과 중국이 갈라지면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아시아의 어디에 연구 개발 허브를 둘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지금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이런 연구소를 두기에 적합한 곳이 없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연구소의 유치는 한국의 생태계 글로벌화에 기여하게 된다. 중국의 MS연구소가 중국 AI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음을 되새겨봐야 한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서울대 전기공학사, 계측제어공학석사, 스탠퍼드대 박사. 2014~19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초대 원장. 2002년 실리콘밸리에 실험실벤처를 창업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독일 기업 SAP의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SAP HANA가 나오기까지의 연구를 이끌고 전사적 개발을 공동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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