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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차상균 교수]빅데이터 시대 예견, 고성능 컴퓨팅에 베팅해 AMD 살렸다(중앙선데이,2021.07.03)

2021-07-03l 조회수 203


AMD의 CEO 리사 수는 데이터 시대가 오는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고 과감하게 전략적 방향을 전환해 존망에 빠진 회사를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MD의 CEO 리사 수는 데이터 시대가 오는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고 과감하게 전략적 방향을 전환해
존망에 빠진 회사를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에서 반도체 칩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집에서 원격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PC와 가전, 게임기와 같은 전자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도 급성장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에 자동차 생산 라인이 멈추면서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 부족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반도체 제조업은 기술과 자본 집약적 산업이다. 생산시설인 팹(fab) 하나 짓는데 10조원 이상의 자본이 들어간다. 막대한 자본 부담 때문에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 주류가 됐다. 이 때문에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TSMC가 지난 수년간 급성장했다. 메모리 분야를 선도하는 삼성도 이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대전환에 필수적인 범용 클라우드 컴퓨팅 칩은 NVIDIA, 인텔, AMD가 주로 공급한다. GPU 선도 기업 NVIDIA는 1990년대 초 창업할 때부터 TSMC에 의존한 팹리스 회사다. 자체 팹이 부담스러웠던 AMD는 2008년 팹을 글로벌 파운드리로 분사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팹리스 회사가 된 AMD는 이제 주력 제품들을 TSMC의 최신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를 아직도 자체 팹에서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때는 이 자체 팹의 경쟁력이 인텔 CPU 경쟁력에 도움이 되었지만 TSMC에 비해 규모의 경제면에서 불리한 자체 팹은 인텔의 계륵이 됐다. 인텔의 최신 팹이 10나노m 공정인데 비해 TSMC의 주력 팹은 7 나노에서 5 나노, 3 나노로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서 태어나 미국 이민, MIT 박사

AMD의 ZEN 1 아카텍처 제품은 14나노, ZEN 2와 ZEN 3는 7나노 팹에서 생산됐다. 내년 4분기 이후 출시될 ZEN 4는 5나노 팹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사진 AMD]

AMD의 ZEN 1 아카텍처 제품은 14나노, ZEN 2와 ZEN 3는 7나노 팹에서 생산됐다.
내년 4분기 이후 출시될 ZEN 4는 5나노 팹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사진 AMD]

칩 생산을 TSMC에 위탁하는 NVIDIA와 AMD는 자본과 인적 자원을 칩과 관련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높아진 수익률은 이 두 회사가 미래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NVIDIA와 AMD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ARM 지주회사와 자일링스(Xilinx)를 각각 400억 달러와 350억 달러에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휴대폰 CPU의 실질적 표준 아키텍처를 공급하는 ARM 지주회사는 데이터 서버 부분에서도 x86 아키텍처를 대체할 수 있다. 자일링스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칩 기술인 FPGA의 선두주자다. NVIDIA, AMD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이 두 회사의 인수를 결정했다.

기업은 생물이다. 전략적 변곡점에서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2012년 AMD는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2011년 내놓은 새로운 칩의 실패로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졌다.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경쟁사인 인텔의 CEO는 내부 직원들에게 AMD는 재기하기 힘드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2012년은 내가 테라바이트급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SAP HANA 플랫폼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독일의 SAP 동료들과 밤낮없이 일하던 때다. SAP에 대용량 메모리를 지원했던 삼성과 하이닉스는 SAP HANA가  대용량 메모리 수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는 모바일이 시장의 화두이던 때였다.

2012년 1월 AMD 이사회는 구원 투수로 프리스케일 반도체의 리사 수 박사를 영입했다. IBM에서 그녀의 도전정신과 경영 능력을 보아온 AMD 이사회의 니콜라스 도노프리오가 앞장섰다.

AMD가 설립된 1969년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온 수 박사는 MIT에서 전기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한 반도체 전문가다. TI를 거쳐 IBM에서 루 거스너의 기술 조수로 경영을 배웠다. 2007년 프리스케일 CTO로 옮겨 이 회사가 2011년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총괄부사장으로 취임한 리사 수는 AMD를 적자에서 구하기 위해서 사업다각화 승부수를 던졌다. CPU와 GPU를 통합한 애매한 성능의 APU를 소니와 MS 게임 콘솔 소형화 반도체로 바꾸어 두 회사에서 채택되도록 했다. 2013년 이 전략은 적중해서 게임 콘솔 매출이 AMD 3분기 매출의 40% 이상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됐다.

AMD의 주가는 지난 6년 사이 50배 이상 상승했다. [사진 AMD]

AMD의 주가는 지난 6년 사이 50배 이상 상승했다. [사진 AMD]

2014년 10월 AMD CEO가 된 리사 수는 제품의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정했다. 또한 회사의 관심을 모바일 기기를 구동하던 칩에서 이들 기기가 생산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팅(HPC)으로 돌렸다. PC, 클라우드, 수퍼 컴퓨터, 인공지능, 게임 콘솔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ZEN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이젠(RYZEN) CPU를 개발했다.

2017년 출시된 라이젠 덕분에 6년간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AMD는 인텔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AMD 에픽 CPU가 앞선 기술과 높은 가성비로 구글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인텔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새벽이 오기 전 어두움이 더 짙다고 했던가. 리사 수가 고성능 컴퓨팅으로 전략적 베팅을 하던 해인 2015년 9월 말 AMD 주가는 1.72 달러로 떨어지고 시가 총액이 20억 달러 정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6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AMD 주가는 93.31달러, 시가 총액은 1134억 달러로 54배나 상승했다.

AMD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근무하던 제리 샌더스가 동료였던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창업한 다음 해인 1969년 창업했다. 인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논리 회로 칩과 메모리 칩을 생산했던 AMD는 IBM이 IBM PC의 CPU로 인텔을 선정할 때 인텔에 요구한 인텔의 2차 공급업체가 됐다. 이후 AMD는 인텔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2002년까지 CEO를 역임한 샌더스는 “나는 왜 포기할 줄 모르는가” 자문하고 “그것은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자답했다. 그는 CEO로 있는 동안 회사가 어려워도 해고를 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했다.

인텔 호환성을 가지고 생존해 온 작은 AMD가 역사적으로 항상 인텔에 밀렸던 것은 아니었다. 2005년 SAP가 나의 벤처회사를 인수한 시점에는 우리가 개발한 인-메모리 데이터 플랫폼이 인텔보다 AMD에서 훨씬 좋은 성능을 보였다. 인텔은 병렬컴퓨터의 CPU 칩들이 하나의 데이터 통로(bus)를 통해 메모리의 데이터를 접근하는 아키텍처를 고수한 반면 AMD는 새로 내놓은 옵테론(Opteron) 아키텍처로 메모리를 CPU 칩마다 분산하는 비균일 메모리 구조(NUMA)를 택했다.

경쟁사 오라클의 전통적 SW는 인텔에서 별문제가 없었지만 혁신적인 구조를 가진 우리 SW는 인텔 CPU와 메모리 사이의 병목 때문에 성능 차이를 보일 수 없었다. 반면 이런 병목 문제가 없는 AMD에서는 우리 SW가 진가를 보였다.

과감한 전략적 대전환 리더십 돋보여

SAP는 우월한 기술을 가진 AMD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대신 인텔 본사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인텔은 이 회의에서 AMD와 같은 NUMA 구조로의 빠른 전환을 약속했다. 2009년 SAP HANA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인텔도 AMD와 같은 구조의 네할렘(Nehalem) 칩셋을 공급했다. AMD가 기술적으로는 앞섰지만 인텔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대에는 이런 관계가 더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던 AMD가 성공적으로 되살아난 데에는 데이터 시대가 오는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고 과감하게 전략적 방향 전환을 실행한 리사 수의 리더십이 있다.

그녀는 아시아계 여성 CEO이지만 소수계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도 없다. 그저 혁신과 기업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스스로 AMD의 ‘최초 여성 CEO’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CEO’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능력 있는 여성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서울대 전기공학사, 계측제어공학석사, 스탠퍼드대 박사. 2014~19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초대 원장. 2002년 실리콘밸리에 실험실벤처를 창업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독일 기업 SAP의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SAP HANA가 나오기까지의 연구를 이끌고 전사적 개발을 공동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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