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작은 기술 큰 산업, 나노융합 (한민구 교수 - 매일경제 기고, 2012.7.2)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한민구 교수]
디스플레이용 산화마그네슘 나노 소재 분야 세계시장에서 50%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 3M 등 거대 기업에 비해 10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나노 소재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 이런 곳을 아는가? 일반인에게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 대주전자재료와 석경에이티라는 회사다. 이 두 회사는 설립 이래 30년 동안 오직 나노 분야에 매진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
나노기술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가는 굵기를 다루는 첨단기술이다. 쓰임새가 점점 커져 거의 대부분 산업영역에서 나노기술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오늘의 기술이 되고 있다. 이미 반도체에서는 20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형상을 가공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출시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는 나노 소재가 다수 채용될 전망이다. 일부 고가 외제 차량에는 탄소나노튜브라는 가벼우면서도 질긴 나노 소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권위 있는 세계 시장조사기관들은 2020년께 나노기술 기반의 나노융합산업 시장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막대한 나노융합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 제정 이래 나노기술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해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나노기술 4대 강국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의 과실을 누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동안 정부 투자로 얻어진 기초ㆍ원천기술을 사업화해야 할 뿐 아니라 나노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화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나노융합 T2B(Tech to Biz)센터와 올해 새롭게 시작될 나노융합2020사업은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광교 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나노융합 T2B센터에는 48개 기업의 65개 나노융합 제품이 전시돼 있다. 단순한 나노 소재부터 나노기술을 IT 부품에 적용한 제품, 바이오기술과 융합한 제품, 에너지ㆍ환경 분야에 적용한 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는 나노기술이 적용된 모형자동차도 설치돼 있는데, 이는 나노기술이 앞으로 자동차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T2B센터는 단순히 상설전시관 운영을 뛰어넘어 우리나라 주요 산업계 단체와 협력을 통해 수요기업과 나노기술전문기업 간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나노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융합2020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함께 힘을 모아 새롭게 만든 연구개발 프로그램으로 지난 10여 년간 투자된 나노 분야 기초ㆍ원천연구 성과를 상용화로 연결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는 나노기술 분야 국가 연구개발 투자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두 부처가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나노융합기술 상용화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나노기술의 상용화 및 타 산업과의 융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지난달 26일에는 산학 전문가들이 모여 `나노융합 비즈니스 포럼`을 발족시켰다. 나노융합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업의 나노기술 확보전략 및 성공사례가 이 자리에서 소개됐다. 이 포럼은 나노 분야 산학연 전문가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들까지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나노기술의 비즈니스화를 위한 포럼`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앞으로 정례 모임을 통해 나노융합산업 시장이라는 미래 거대시장을 우리 기술로 선점하기 위해 산ㆍ학ㆍ연ㆍ관의 지혜를 모으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