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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국인이 만든 세계적 소프트웨어 '하나'(동아일보, 2012.7.11)

2012.07.11.l 조회수 2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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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차상균 교수]



한국인이 만든 세계적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름은 하나(HANA).

세계 최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독일 SAP가 판다. 네슬레와 다임러크라이슬러, 인텔, P&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맞으면서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하반기(7∼12월)에만 2억 달러(약 228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하나’를 만든 것은 SAP가 아니라 한국인들로만 이뤄진 SAP 한국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시작은 서울대 전기공학부(현 정기·정보공학부)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연구팀은 12년 전 벤처기업을 창업했지만 국내에서 투자를 못 받아 해외로 눈을 돌렸고, 2005년 SAP가 인수했다. 6년 후 ‘하나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성과는 모두 SAP의 것이 됐다.

구를 이끈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SAP 한국연구소 총괄이사·사진)는 “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글로벌 안목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 ‘메이드 인 코리아’ 독일 소프트웨어

199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마친 차 교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n-memory DB)’ 연구자였다. 이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던 데이터를 컴퓨터의 메모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하드디스크는 많은 데이터를 싼값에 저장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려 컴퓨터에서 병목현상을 일으켰다. 반면 인메모리 DB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던 DB를 값은 비싸지만 속도가 빠른 메모리반도체에 저장해 병목현상을 없앤다. 도심의 백화점이 재고를 쌓아둘 창고를 땅값이 싼 교외에 만들면 비용은 줄지만 제품 회전이 어렵고, 백화점 안에 창고를 만들면 비용이 증가하지만 제품은 빨리 팔 수 있는 식이다. 후자가 인메모리 DB 기술인 셈이다.

차 교수는 이 기술의 미래를 확신했다. 그가 연구하던 1990년대에는 메모리 가격이 비쌌지만 점차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비 마련은 쉽지 않았다. 결국 2000년 제자들과 함께 ‘TIM’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창업 뒤에도 국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멘로파크에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미국법인을 세웠다. 그때 SAP가 나타났다.

SAP는 당시 DB 분야 세계 1위였던 오라클과 치열하게 경쟁하던 중이었다. 이 회사는 TIM의 가능성을 보고 2005년 차 교수에게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차 교수는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나를 포함한 서울대 연구팀이 모두 남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연구소는 이렇게 SAP 한국연구소가 됐다.

○ ‘하나’는 한국어

하나는 ‘하소 플래트너의 새 구조’(Hasso Plattner's New Architecture)라는 뜻이다. SAP의 창업자인 플래트너 회장 이름을 땄다. 하지만 차 교수는 “‘하나’에는 한국어로 DB와 처리장치를 하나로 합쳤다는 뜻도 있다며 제품명 후보 가운데 ‘하나’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SAP 한국연구소는 하나 프로젝트 가운데 핵심인 인메모리 DB를 만들었다. 하나가 SAP가 만든 최신 자동차라면 한국연구소는 이 자동차의 엔진을 만든 셈이다. 이렇게 한국인이 만든 주요 기술을 독일 기업이 가져간 게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다.

차 교수는 “학교 연구실에서 계속 연구했다면 아직도 지금 수준의 기술을 완성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 사례를 보고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투자가 늘어나 더 혁신적인 성공 사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