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안경없이 보는 3D기술 미래, 세계가 한국에 묻다 (조선일보, 2013. 4. 10)
[이병호 교수, 최고 권위 '피직스 투데이' 커버스토리 실려]
영화관·스마트폰에도 적용
30세에 서울대 교수, 41세에 美
광학회 석좌회원
"디스플레이 앞에서 보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게 다르죠. 위에서 봐도 또 틀립니다. 사람 눈에 보이는 사물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거든요. 곤충의 겹눈처럼 수많은 렌즈로 입체를 촬영하고 다시 수많은 렌즈로 사방에 영상을 뿌려 가능한 겁니다."서울대 301동 10층 전기공학부 이병호(49) 교수 연구실에는 모든 게 3D(차원)로 허공에 떠 있다. 이 교수의 말대로 스크린에 떠 있는 태양계 행성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졌다. 시중의 3D TV처럼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 이병호 서울대 교수가 투명한 유리창에 입체 영상이 뜨는 ‘시스루(see-through)’
디스플레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세계 3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김지호 객원기자
미국 물리학회(AIP)의 '피직스 투데이(Physics Today)'는 4월호 커버 스토리로 이병호 교수가 쓴 '3D 디스플레이의 과거와
현재'를 실었다. 이 잡지는 매월 세계 최고 물리학자들의 최신 기술을 전 세계 13만명에게 발송하고 있다. 이 교수가 3D 디스플레이 분야 최고
권위자임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가장 기술 개발 경쟁이 심한 분야는 안경 없이 보는 3D 디스플레이입니다." 사람은 두 눈이 평균 6.5㎝ 떨어져 있어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다르다. 뇌는 두 눈에 들어온 영상을 합쳐 입체감을 느낀다. 3D TV는 이를 모방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용 영상을 따로 만들어 보낸다. 특수 안경은 두 영상을 각각 다른 눈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안경을 쓰면 불편하잖아요. 디스플레이 앞에 창살 같은 격벽을 두면 빛이 지나면서 바로 좌우 영상으로 나뉘어 특수 안경 없이도 3D 영상을 볼 수 있어요." 격벽 대신 디스플레이 표면을 요철처럼 볼록한 입체들로 만들어도 좌우 영상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안경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삼성전자와 함께 3D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연구도 했다.
이 교수의 다음 목표는 3D 영화관이다. 미국 영화시장 매출에서 3D 영화는 2006년만 해도 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바타'가 개봉된 2009년 그 비율이 10%로 뛰어올랐으며, 2010년에는 22억달러 매출로 21%까지 차지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에 안경이 필요 없는 3D 영화관 기술을 발표해 영국 BBC, 미국 NBC방송 등으로부터 "할리우드가 원하는 궁극적 목표"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화도 스크린 뒤에서 쏜 빛이 스크린 표면의 격벽을 지나게 하면 안경 없이 3D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은 모두 관객석 맨 뒤, 즉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보낸다. 스크린 뒤에는 프로젝터를 설치할 공간도 부족하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쏘게 했다. 다만 스크린 표면의 격벽을 통과해도 영상에 손실이 없게 했다. 영상이 스크린 뒤 반사판에 부딪혀 되돌아올 때는 스크린 표면의 격벽에 좌우 영상이 분리돼 3D 영상을 볼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존 코셀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안경 없이 즐기는 차세대 3D 영화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큰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엔지니어였던 부친이 사다준 일본 과학 만화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1983학년도 대학 입학시험에서 전국 20위권에 들었다. 부모는 미래가 보장되는 의대 진학을 권했지만 이 교수는 물리학자를 원했다. "타협을 본 것이 전자공학과였어요. 그런데 미국 유학을 가려고 하니 예전 꿈이 생각나더군요." 이 교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과정에서 물리학의 한 분야인 광학을 전공하면서 3D 디스플레이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는 1994년 30세의 나이로 서울대 교수가 됐다. 2002년 40세 미만 과학자의 최고상인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데 이어 2005년에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광학회의 석좌 회원이 됐다. 그동안 그가 키워낸 제자 중 국내 교수만 15명이나 되며, 3D 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전공 교수가 15명 정도인데 5명이 그의 제자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안경이나 유리창에 3D 영상을 띄우는 '시스루(see-through)' 디스플레이도 개발했다. 구글 안경도 비슷한 원리이지만 어디까지나 글자나 숫자 같은 정보 제공에 그친다. 현재 국내 대기업과 풀 컬러 3D 영상을 보여주는 안경을 개발 중이다. "영화에선 허공에 뜬 3D 영상에 손을 대면 정보가 바뀌고 그러잖아요. 그것도 학생들과 고민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현재 가장 기술 개발 경쟁이 심한 분야는 안경 없이 보는 3D 디스플레이입니다." 사람은 두 눈이 평균 6.5㎝ 떨어져 있어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다르다. 뇌는 두 눈에 들어온 영상을 합쳐 입체감을 느낀다. 3D TV는 이를 모방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용 영상을 따로 만들어 보낸다. 특수 안경은 두 영상을 각각 다른 눈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안경을 쓰면 불편하잖아요. 디스플레이 앞에 창살 같은 격벽을 두면 빛이 지나면서 바로 좌우 영상으로 나뉘어 특수 안경 없이도 3D 영상을 볼 수 있어요." 격벽 대신 디스플레이 표면을 요철처럼 볼록한 입체들로 만들어도 좌우 영상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안경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삼성전자와 함께 3D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연구도 했다.
이 교수의 다음 목표는 3D 영화관이다. 미국 영화시장 매출에서 3D 영화는 2006년만 해도 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바타'가 개봉된 2009년 그 비율이 10%로 뛰어올랐으며, 2010년에는 22억달러 매출로 21%까지 차지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에 안경이 필요 없는 3D 영화관 기술을 발표해 영국 BBC, 미국 NBC방송 등으로부터 "할리우드가 원하는 궁극적 목표"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화도 스크린 뒤에서 쏜 빛이 스크린 표면의 격벽을 지나게 하면 안경 없이 3D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은 모두 관객석 맨 뒤, 즉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보낸다. 스크린 뒤에는 프로젝터를 설치할 공간도 부족하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스크린 앞에서 영상을 쏘게 했다. 다만 스크린 표면의 격벽을 통과해도 영상에 손실이 없게 했다. 영상이 스크린 뒤 반사판에 부딪혀 되돌아올 때는 스크린 표면의 격벽에 좌우 영상이 분리돼 3D 영상을 볼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존 코셀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안경 없이 즐기는 차세대 3D 영화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큰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엔지니어였던 부친이 사다준 일본 과학 만화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1983학년도 대학 입학시험에서 전국 20위권에 들었다. 부모는 미래가 보장되는 의대 진학을 권했지만 이 교수는 물리학자를 원했다. "타협을 본 것이 전자공학과였어요. 그런데 미국 유학을 가려고 하니 예전 꿈이 생각나더군요." 이 교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과정에서 물리학의 한 분야인 광학을 전공하면서 3D 디스플레이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는 1994년 30세의 나이로 서울대 교수가 됐다. 2002년 40세 미만 과학자의 최고상인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데 이어 2005년에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광학회의 석좌 회원이 됐다. 그동안 그가 키워낸 제자 중 국내 교수만 15명이나 되며, 3D 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전공 교수가 15명 정도인데 5명이 그의 제자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안경이나 유리창에 3D 영상을 띄우는 '시스루(see-through)' 디스플레이도 개발했다. 구글 안경도 비슷한 원리이지만 어디까지나 글자나 숫자 같은 정보 제공에 그친다. 현재 국내 대기업과 풀 컬러 3D 영상을 보여주는 안경을 개발 중이다. "영화에선 허공에 뜬 3D 영상에 손을 대면 정보가 바뀌고 그러잖아요. 그것도 학생들과 고민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영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