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고] 가계통신비 다이어트하려면 (중앙일보, 2013. 07. 16)
[김성철 교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통신비는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15만1000원이다. 이 가운데 통신서비스 요금은 14만3000원, 통신장비 구입비는 8000원이다. 높아져만 가는 가계통신비에 대해 통신사는 막대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합리적인 요금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구성 요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계통신비는 ▶통신요금(요율) ▶서비스 이용량 ▶단말 구매비용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통신요금(요율)은 메릴린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본 총무성, 우리 정부나 통신사가 발표하는 지표(코리아인덱스) 등을 보면 전반적으로 해외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를 100% 신뢰해도 되는지는 미지수지만 물가 인상에 비해 통신료 상승폭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 집계 결과 과거 10년간 전체물가가 31% 오른 데 비해 통신 항목의 물가지수는 13% 감소했다.
반면 이론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인 네트워크 품질 덕에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제조사인 시스코가 지난해 주요 국가의 무선데이터 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1인당 무선데이터 사용량은 월 922메가바이트(MB)로 세계 평균(월 201MB)의 4.6배에 달한다. 모바일 인터넷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음성 통화량 또한 주요국 평균의 1.3배 수준으로 높다. 결국 국내 소비자의 많은 음성·데이터 사용량이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구성요소인 단말 구매비용도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늘어났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말기의 출고가격이 2007년 38만원에서 2012년 96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의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67.6%로 세계 1위다. 또 국민 세 명 중 두 명꼴로 매년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꾼다. 고가 스마트폰의 확산과 빈번한 단말기 교체는 고스란히 가계통신비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가계통신비는 통신요금 외에도 소비자의 이용량 증가와 단말기 구매비용 상승 및 교체주기 단축 등의 영향을 받아 증가해 왔다. 이와는 별도로 가구당 보유한 이동전화 회선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 더욱 널리 보급되고 롱텀에볼루션(LTE) 등 새로운 서비스 출시로 인해 사용량이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가계통신비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통신사가 주연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동시에 그 이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나 사용량 증가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단말기 제조사나 소비자 같은 조연 캐릭터들도 뭔가 역할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와 통신사에만 해결방안을 기대기보다는 단말기 제조사의 출고가격 인하나 소비자의 자발적인 통신소비 합리화 노력이 있어야 추가적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가능할 것이다.
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