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병호 교수, 조선일보 칼럼 "'세계 빛의 해'를 光學 연구 분발 계기로" (2015. 1. 29)
[이병호 교수]
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빛의 해', 정확히는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다. 지난 19~20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UNESCO)에서 '2015 세계 빛의 해' 개막식이 열렸다. 최근 파리 테러와 관련해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외교부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지속적으로 왔지만, 개막식 열기는 뜨거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로 시작해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 등 60여명이 강연과 연설을 했다. 올해를 세계 빛의 해로 정한 계기는 이슬람 학자 이븐 알하이삼이 빛을 연구한 지 10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과학과 프랑스의 톨레랑스, 의미 있는 결합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영화 '국제시장' 같은 애절한 이야기는 국내 광학 역사에도 있다. 한국광학회 초대회장 고(故) 이상수(KAIST 초대총장) 박사는 배를 타고 영국 유학 가는 여정 내내 여권을 목에 걸고 가슴 속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가 도착해 보니 여권이 다 헤졌다고 했다. 도쿄대 교수들이 서울대를 방문했을 때 보여줄 것이 없어 실험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애썼다는 노학자 이야기도 있다. 그랬던 국내 광학과 광기술이 괄목상대할 성장을 했다. 국내 학자들이 미국광학회(OSA) 이사 2인, 국제광공학회(SPIE) 이사 1인, 국제광연합회(ICO) 부회장 3인을 배출한 데 이어, 국제디스플레이학회(SID) 차기 회장까지 냈다. 광학 분야의 전통 깊은 학술지를 내는 미국광학회에 한국인 편집위원이 11명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파리 개막식 연사로 초청된 국내 인사는 하나도 없었다. 노벨상을 받을 만큼 선구적인 연구 결과도 없다. 광학과 광기술의 미래를 세계인에게 설명할 만한 인사도 없다. 한국은 아프리카나 남미처럼 '1달러 안경'이나 저가 태양전지를 필요로 하는 나라도 아니고, 그런 적정기술을 적극적으로 공급해주는 나라도 아직 아니다. 그래서 연사로 초청받지 못했다.
이제 세계인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의욕에 찬 젊은 연구자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누가 똑똑한지, 누가 파고드는 근성이 있는지, 누가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할 성품을 지녔는지 아는 동료 학자들에게 묻고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적극 지원해야 하겠다. 이는 꼭 광학과 광기술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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