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시론] 박영준 교수, "국가 R&D, 세계 트렌드 먼저 읽어라" (디지털타임스, 2015. 7. 20)
[박영준 교수]
작년, 금년은 한국으로서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작년은 세월호, 금년은 메르스 감염 사태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국내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어둔 그림자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존재하듯이, 세월호 사건은 '사회의 안전'의 중요성을, 메르스는 병원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선진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국가의 연구 사업 역시 사회의 안전 제고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모든 물건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려는 추세인 IoT가 그 예이다. IoT 핵심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센서'이며 이 스마트 센서는 메르스 뿐만이 아니라, 교량의 균열, 녹조류의 증가, 유해물질을 초기부터 경보해 줄 것이다. 지난 2년간, 악재였던 세월호, 메르스 사태가 사회를 스마트한 사회로 만드는 호재가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국가 연구 사업에 대한 개혁이 진행 중이다. 개혁의 핵심은 연구사업의 주체인 대학, 국책 연구소, 그리고 산업체의 역할 분담에 대한 것이고 연구개발 결과의 산업화에 대한 중요성의 증가이다. 대학은 원천 과학기술 창조와 이를 통한 인재 교육에, 국책연구소는 국가의 인프라를 위한 연구개발에, 그리고 산업체는 개발 결과를 산업화하는 것이 전통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원천과학이 산업화되는 기간이 짧아지고,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국내의 연구사업이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 국가 연구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환경이다. 실제로 중국의 벤처 기업이 이미 개발한 제품이 국내의 연구개발 사업의 RFP(연구개발 제안서)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마저 있는 현실이다.
최근 대학의 대표적인 연구사업인 'BK(브레인 한국) 플러스' 사업의 중간 평가와 재선정 평가가 진행 중이다.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던 BK사업이 새 시대에 적합한 창조형 학문,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공학분야에서는 개인당 논문실적에서 임팩트 있는 특허나 산업화 실적으로 중요성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SCI지수(과학기술 인용지수)에 포함되지 않으나, 최고의 연구결과를 빠르게 발표하고 비판하는 '학술대회' 발표 실적을 정식 논문지와 같은 비중으로 인정하도록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공학분야의 최고의 학자들은 학술대회의 발표 논문에 더 관심이 많다. 학술대회를 통해서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서이다. 인공지능분야, 컴퓨터 분야, 생물정보 분야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일 수록 이러한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불행하게도 최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톱 수준의 학문그룹이 국내에서는 드물다. 이들이 국내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즉 대학 교수 채용이나 승진에서도 불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트렌드가 타 학문 분야에서도 전파되어 세계를 리드하는 학문그룹이 많아져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 개혁의 핵심은 세계의 시장 변화를 읽어내고, 이를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 연구개발의 결과가 산업체에게 피드백되어야 하는 능력과 실적이 평가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의 개혁이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는 안되고, 국책연구소, 대학, 산업체의 생존을 위한 관점으로 보아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 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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