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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빅데이터 1세대 서울대에 10억 기부 “후배 키우기는 선배들의 몫”(주간조선,2016.03.28)

2016.04.05.l 조회수 17738
▲ 차상균 교수(전기·정보공학부)
2000년부터 모교에 총 10억원을 기부한 교수가 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틈틈이 기부해온 이유에 대해 “제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교수다. 주인공은 빅데이터 전문가인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지난 3월 21일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에서 만난 차 교수는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성공한 선배들의 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상균 교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n-memory Database)’ 기술인 ‘SAP HANA’의 공동 개발자로 알려져 있다. SAP HANA는 인텔, HP, P&G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사용하는 빅데이터 기술이다. 기존의 빅데이터는 모두 하드디스크에 저장되던 것과 달리,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한다. 이 기술은 기존의 데이터 처리 방식보다 훨씬 빠른 처리 속도,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SAP HANA는 빅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기업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SAP HANA를 만들면서 차 교수는 미국의 활발한 연구 환경과 끊임없이 배출되는 창조적 인재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는 꾸준한 기부의 이유로 자신이 직접 본 스탠퍼드대학의 모습을 들었다.
   
   
   도전하는 제자들을 위해서
   
   “왜 우리는 도전하지 않을까요?” 차상균 교수가 물었다. “도전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은 스탠퍼드 대학은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창업 인재의 산실(産室)’이다. 야후를 창업한 제리 양, HP를 세운 윌리엄 휴렛, 구글을 만든 래리 페이지 모두 스탠퍼드대학 출신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성공한 이들은, 다시 대학에 자신의 유산을 남긴다. 스탠퍼드대학 캠퍼스 곳곳에 보면 스탠퍼드대학 출신이 세운 건물이 있다. “대학 출신들이 만든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학 기금 덕분에, 후배들은 큰 어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그중에 성공한 사람은 또 선배들이 그랬듯 학교에 기부하겠죠.”
   
   그곳에는 차 교수가 만든 SAP HANA 이름을 따서 만든 ‘SAP HANA 하우스’도 있다. “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이 방한했을 때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HANA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단한 업적이다’고 하더군요.” SAP HANA 하우스에서 학생들은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거리낌 없이 도전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세계적 기업이 탄생한다. “지오 위더홀드(Gio Wieder hold) 스탠퍼드대학 교수 이름이 낯설 겁니다. 이분은 제 지도교수이기도 합니다. 일찍부터 디지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맡아왔던 분입니다. 미 국방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두 명의 제자가 바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의 공동 창업자입니다.”
   
   “학교에서 구글이 탄생했다.” 차 교수가 기부를 하는 이유다. 그의 기부금 중에는 물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제자를 돕기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은 바로 제자들의 연구를 돕는 데 있다. “교수와 제자들로 구성된 실험실 벤처야말로 기술에 애정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이런 실험실 벤처가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해요.”
   
   SAP HANA의 시작 역시 2000년 차상균 교수가 세운 실험실 벤처 TIM이었다. 차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서는 처음 벤처를 세웠다. “원래는 인공지능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는 빅데이터 기술이 필요하잖아요. 자연스럽게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직접 벤처를 차려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제가 고민하고 개발했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저렴해진 수퍼컴퓨터의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12테라바이트(TB) 수퍼컴퓨터를 사려면 천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수억원이면 살 수 있어요.” 차 교수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통해 며칠 걸리던 데이터 처리가 한두 시간 만에 해결이 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당시 이 기술을 국내에서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빅데이터라는 개념도 없을 때였다. 결국 차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년에 절반은 미국에서 머물며 기술 개발과 홍보에 힘썼다. “제대로 된 기술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 글로벌 ICT 기업이 모두 빅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된 인메모리 DB 기술을 가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됐는데, 그게 바로 TIM이었죠.” SAP의 끈질긴 구애 끝에 TIM은 SAP에 합병됐다. 2005년의 일이었다.
   
   사실 벤처나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자금 회수(엑시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인수합병이다. 얼마 전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 알파고는, 구글에 인수된 벤처회사 딥마인드에서 시작했다. 가입자를 늘려가며 애플페이를 위협하는 삼성페이도 MST 기술을 개발한 루프페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덕분에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자금회수를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차 교수는 이미 10년 전에 성공적으로 벤처사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한 융합 인재 양성이 목표
   
   말하자면, 차상균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만이 기부의 목적이 아니다.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으로서, 더 배우고 성공한 선배로서 스탠퍼드의 창업자들처럼 후배들을 이끄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차상균 교수의 관심사는 융합 인재다. 빅데이터 기술 자체가 ICT 분야는 물론 스포츠, 헬스·의료, 정치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융합 기술이다. 그는 얼마 전 기부한 기금은 이런 인재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세계와 사회에 대한 좋은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공계 출신 학생 중에도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학생과는 다르죠.” 차 교수는 융합형 인재 중에서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이공계 기술을 습득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연구원의 문도 활짝 열어둘 겁니다. 인문대나 사회과학대 학생, 연구원 누구라도 찾아올 수 있게 말입니다.”
   
   “빅데이터는 수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해야 하는 최근 ICT 기술의 시작점이자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를 연결하는 다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세상을 바꿔나갈 기술이기도 합니다. 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고 노력하는 학생에게 선배이자 선생으로서 길을 안내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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