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공유 연구개발 플랫폼’ 시급하다(디지털타임스,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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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 작게 보이는 주차 공간의 변화가 사실은 더 큰 미래 트렌드의 시작을 예고한다. 최근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이 공유 경제라는 트렌드에 의해서 드라이브 되기 때문이다. 개인 주택을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에어비앤비가 호텔건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최대 호텔체인 중의 하나인 하야트의 3배 시장가치를 찍었다. 단순해 보이는 비즈니스가 SNS와 결합하면서 거대한 트렌드를 주도할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에 눈을 돌려보자. 한국은 인구 밀집환경, 높은 IT인프라 수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연구개발과 교육에 많은 국가 예산을 사용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연구개발 능력 기대고 있다. 따라서 공유경제의 개념을 연구개발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효율뿐만 아니라,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빠르게 사회트렌드로 접목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공유경제를 적용해서 성공한 예를 가지고 있다. KAIST가 주관하고 있는 IDEC사업(https://www.idec.or.kr/)이 그것이다. 대학의 반도체 회로 설계자가 개별적으로 칩을 제작하는 대신에 공동으로 여러 종류의 칩을 한 개의 반도체 웨이퍼에서 제작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개별로 제작하려면 수십억이 드는 일을 여러 설계자가 나눔으로써 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 회사의 꾸준한 지원으로 20년 동안 쉼없이 지속해 한국의 반도체 설계 인력과 능력을 세계최고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사실 일본과 미국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만이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개념을 크게는 국가 R&D, 작게는 국책 연구소, 대학의 연구에 적용해 보자. 최근 성장동력으로 인식되는 IoT의 센서 개발, 그리고 바이오 헬스 진단기기개발에 공유경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센서 개발자는 재료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센서 회로를 모두 개발한다. 그리고 측정 장비 또한 구입하거나 개발한다. 가장 핵심인 재료물질 개발보다는 센서회로 제작과 측정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센서개발에 실패한다. 센서회로를 표준화해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는 것을 IDEC과 같이 공동으로 함으로써, 예산 절감 뿐만 아니라 성공확률과 사업화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
바이오 헬스 진단기기 개발 또한 마찬가지다. 진단기기 개발자는 기기 개발 이후, 이를 실제 병원환경에 적용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사용한다. 병원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환자 샘플을 구하기 또한 어렵다. 여기에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해 보자. 현재 병원에서 표준화되어 매일 진행되는 진단, 검진 샘플의 일부 혹은 버리는 채취 샘플(주로 혈액, 분비물이 될 것이다)을 개발 기기에 적용해 자동적으로 검사 데이터를 개발자에게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특별한 노력 없이 새로운 진단기기의 데이터가 기존 장비와 비교되면 자연히 새로운 진단기기의 인증도 빨라지고 쉬워질 것이다. 병원이 단순 치료, 진단에서 R&D 빅데이터 산출 기관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병원 모델을 중국의 대형 병원에 제안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병원이 이제는 진단기기 개발뿐만 아니라 제약의 기능까지 하는 모델로 변환하는 변곡점을 제공할 것이다.
눈을 돌려 대학이나 국책연구소의 연구 형태를 보자. 각 연구실은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각각 구입하고 연구결과 역시 논문으로만 발표한다. 연구 종료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 등이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유 연구개발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몇 개 앱 만으로도 이러한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공유 경제에 바탕한 이러한 플랫폼 구축은 정부나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신문에서 성공사례로 보도되는 많은 과학기술 성과가 실제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제 더 많은 IDEC과 같은 공유 플랫폼이 의료 바이오, 센서, 로봇, AI와 같은 분야에서도 출현하도록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전환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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