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문승일 교수, [시론] ‘전기 통일 시대’ 준비하자(디지털타임스,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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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후 전력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앞에서 끌고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전력설비는 급속하게 늘어나게 되어 올 해에는 발전설비가 1억kW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방 직후에 비하면 무려 500배가 늘어난 것이며 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전력망을 갖추게 되었다. 전기품질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작년 한해 가구당 평균 정전시간은 10여 분으로 미국이 약 2시간 정도의 정전을 겪고 있는 것에 비교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안정된 전력을 공급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적으로 고립된 섬과 같아서 바깥세상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모든 전력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태생적인 한계에 갇혀있다. 5년 전에 일어난 9.15단전도 이런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북한지역의 전력사정이 어떠한지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보건대 아마 800만kW 정도의 발전설비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노후화되어 있어서 그 중에서 500만kW 정도만 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형편에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나마 전력사정이 가장 낫다고 하는 평양에서도 일상적으로 정전이 일어나고 전압과 주파수가 심하게 변동한다고 한다. 한 밤중에 한반도 상공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북한 전역이 깜깜한데 평양과 같은 도시지역만 띄엄띄엄 불이 밝혀진 것으로 보아 과연 북한의 도시들이 전력망으로 연결되었는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지조차도 판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흔히 우리나라가 냉전으로 나누어진 나라들 중에 분단된 채로 남아있는 마지막 국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이 인접해 있으면서도 전력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막대한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러시아는 시베리아 동부지역의 값싼 에너지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는 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안정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력망은 이러한 주변 국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거대한 경제권을 만들어 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70년 전 전력망이 끊어지면서 분단이 시작되었다면 지금은 전력망을 연결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인 사명이 아닌가 한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며 남과 북은 물론 한반도를 넘어서 주변 모든 나라들이 함께 공존하며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에너지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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