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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세가지 축'(디지털타임스,2016.06.23)

2016.06.29.l 조회수 16140
 
[시론]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세가지 축`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 처음 사용했다는 이 용어가 최근 기술, 산업, 경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조업, 금융, 의료, 법률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4.0은 아마도 과거 300년 인류가 거쳐 왔던 증기기관 기반 산업혁명, 전기 기반 제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 기반 정보 혁명 그 이후라는 역사관을 담고 있다. 증기기관이 주도한 1차 산업혁명 1700년 말 이후 100년 후,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2차 혁명이 일어났으며, 50년 후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술이 주도하는 정보혁명이 시작됐다. 그리고 50년 후,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4개 혁명의 특징은 새로운 기술이 주도했으며, 제조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 혁명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신흥 브루조아 계급의 탄생으로 평등 선거권이 쟁취됐고 급속한 도시화로 저임금 노동 문제가 공산혁명을 태동시켰다. 이후 전기에너지가 주도하는 제조업, 그리고 정보혁명이 만들어 낸 사회적 변화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역사가 준 교훈은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한 나라, 회사 개인은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쇠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4차 혁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차 혁명의 본질은 세 가지 축에 의해서 구성된다. 첫째는 빅 데이터이고 둘째는 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셋째는 이 들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지식이다. 이 세가지 축이 따로 놀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증기기관이 교통 뿐만이 아니라 방직, 철강산업을 촉진했듯이 이 세 가지 축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첫 번째 축을 살펴보자. 현대는 빅 데이터 산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 자동차가 교통수단에서 실시간 교통정보를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 더 가치를 발휘한다. 우버, 에어비엔비가 단순히 택시, 숙박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정보 때문에 시장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IoT로 대변되는 센서 기술이 주택, 지역, 그리고 사회인프라 망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주고 있다. 구글, IBM, 네이버가 데이터 센터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데이터의 위력 때문이다. 데이터를 잘 만들고 사용하는 곳은 흥행한다. 둘째는 빅 데이터에 인과관계(causality)를 부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통계와 인공지능기법을 이용해서 인과관계를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투자결정에도, 정책결정에도, 그리고 반도체 수율을 올리는 데에도 소프트웨어 기법이 사용된다. 예전에 전문가가 하던 일을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는 것이다. 이미 좋은 통계 소프트웨어,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가 공개되어 있다. 좋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 건축 자재들을 조립하는 건축 설계자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설계자는 오픈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가치 있는 인과관계를 찾는다. 마지막 축은 지식이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건축물이 필요한가를 알고 판단하는 지식이다. 아무리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어도 지식이 없으면 쓰레기에 불과하다. 건축자재가 아무리 많아도 건축설계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구성요소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면서 서로 발전시키고 가치를 더해간다는 점이다. 기술의 총아 반도체 생산에 세 가지 축을 적용해 보자. 400가지 이상 공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필름의 두께, 온도, 압력, 그리고 기체의 성분, 전기적인 특성들이 빅데이터로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기술자가 이 데이터로부터 수율의 증가 요인을 찾았다. 이제 이러한 판단 능력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한다. 수많은 데이터로부터 학습한 인지, 판단 능력이 기술자보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자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을 찾는 기능으로부터, 어떤 공정 데이터가 중요하고 어떤 소프트웨어가 더 탁월한가를 판단하고 설계하는 전문가로 바뀌지 않으면 직업을 잃게 된다. 반도체의 예는 다른 어떤 섹터에도 적용된다. 좋은 경주마를 판단하는 일 또한 세 가지 축이 결정할 것이다. 경주마의 우승 확률을 맞추는 요즘 전문가는 곧 자취를 감출 것이다. 말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에 바탕한 가치 있는 데이터의 수집,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학습한 소프트웨어가 전문가를 대체할 것이다. 부동산, 자동차, 패션 디자인, 그리고 수많은 시장, 제품 출시에서도 이 세 가지 축이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변화하는 4.0시대에 지식에 바탕한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창출 능력이 미래 가치를 결정한다. 한국의 교육, 정부 조직, 그리고 사회의 각 분야가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다시 태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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