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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R&D인프라 '제도적 연계' 필요하다(디지털타임스,2016.08.21)

2016.10.05.l 조회수 14737
[시론] R&D인프라 `제도적 연계` 필요하다
박영준  교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최근 국내 유수 일간지에서 한국의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시리즈로 다뤘다. 또한 국책연구소의 효율성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핵심은 들어가는 돈에 비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국가 GDP대비 R&D투자가 세계 1위 수준이어서 이스라엘, 일본, 중국보다 높은 데에도, 경쟁력에서는 2009년 11위에서 2015년 19위로 추락했다고 지적한다. 경쟁력 지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수치가 변할 수는 있지만, R&D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절대 명제이다. 특히 빠르게 산업혁명 4.0이 시장환경을 변화시키고, 중국, 인도가 약진하는 환경에서 더욱 절실하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은 국민, 정치의 몫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정부, 대학·연구소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치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행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대신, 큰 틀과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은 다음 정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본적으로 국가 R&D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회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다. 회사의 투자는 결과가 매출액, 영업순이익, 그리고 EBITA라는 지표로 명확하게 환산되는 반면, 정부의 R&D는 환원 기간의 장 단기성, 기초·응용과학기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조업·서비스 분야 등 이해 당사자들의 가치가 혼재하고 회수기간과 회수양을 수치로 나타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큰 틀이란 무엇인가. 30% 정도는 '정치적인 구호'에, 70%는 정치적인 구호에는 무관하게 지속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책 자원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나 새로운 구호를 필요로 한다. 최근 한국 정부의 '녹색 경제, 창조경제'가 그것이고, 미국의 경우, '수소 경제, 새로운 의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구호를 뒷받침하고 지속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음 정권이 실현해야 하는 70%는 무엇인가.

첫째, 국책연구소와 대학의 제도적인 연계이다. 인적인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소모전보다는 고급인력을 적소에 활용하는 판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생산적이다. 대학이 국책연구소의 연구장비를 활용할 수 있고, 국책연구소의 노하우가 교육/연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슨한 협력관계여도 좋고, 강한 M&A형태여도 좋다.

둘째, R&D 정부의 개편이다. 실제 연구개발에 종사해본 사람들은 모두 정부의 비효율을 느낀다. 전문성이나 시간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연구개발 디테일까지 간섭한다. 연구재단 등 연구개발 에이전트들이 '을' 관계에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1~2년 내에 담당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떠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 체제를 직무 중심에서 직능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서울공대 김태유 교수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적어도 R&D에 있어서는 각 부처의 유사 직능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R&D 관리를 하도록 하는 정부 R&D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대학 이후 교육 연구를 교육부에서 해방시키는 일이다. R&D 효율은 결국 인재에 의해서 결정되고, 효율성이 높은 인재는 얼마나 시장경제와 타이트하게 연계되는 교육환경에서 자라는가가 결정한다. 현재 교육부가 장기적인 인재 개발에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인가에 많은 지식인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장롱 특허를 더 효율화하는 것,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주제를 잘 선정하는 것, 이스라엘보다 많은 연구비를 쓰면서도 사업화가 미미한 것의 개선은 이러한 큰 틀을 변화시켜야만 얻어지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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