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문승일 교수, [시론]'합리적 전력요금체계'만들자(디지털타임스,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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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낮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밤이 되어도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지속 되자 온종일 에어컨을 켜는 가정이 늘어났는데 그 결과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되돌아왔다. 평소에 내던 전기요금보다 몇 배나 되는 요금을 물어야하는 고지서를 받게 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는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비화했다. 우리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의 누진요금제도에 따라서 부과되는 데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면 기본요금보다 무려 12배에 가까운 요금을 물어야하는 소위 '징벌적요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과연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급기야는 정부와 국회가 가정용전기요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고쳐보겠다고 나섰다.
지금 우리의 전력요금체계의 기본적인 골격은 30년도 더 지난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 시기에는 발전용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전력을 다소비하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려하다 보니 가능한 국민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은 줄이고 이를 산업발전에 활용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정용 누진요금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원래는 12단계 누진제도였는데 그나마 10여 년 전에 이 제도를 개선하여 6단계로 누진을 완화한 것이 현재의 요금체계다. 그간 우리가 이룩한 눈부신 경제발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정부의 전력가격 정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성공을 거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환경도 역시 크게 변했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전기를 사용하는 냉방이 일반화되어 있는 실정이며 앞으로 갈수록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마치 청소년 시기에 맞춘 옷을 어른이 되어서도 입고 있는 것처럼 현재의 전기요금체계는 지금 우리의 실정에 맞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정용전력사용량은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산업용전력은 55%이고 상업용전력은 31% 정도로 이들이 전력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반하여 미국과 일본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이 30%가 넘어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OECD 국가 34개국들 중에서도 우리의 가정용전력사용량은 26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형편을 살펴 볼 때 과연 가정용전기요금제도의 개선만으로 합리적인 전력소비 행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오히려 요금제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는 산업용과 상업용이 아닌가한다. 이번 기회에 가정용뿐만 아니라 전기요금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현실에 맞고 오래갈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전기요금제도는 전력의 소비량과 사용패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큰 변화에 직면해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예상배출량 보다 37%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다. 그렇게 하려면 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한편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구조로 바꿔가야 할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신기술이 활발하게 도입될 것이고 누구나 전기를 사고 팔수 있는 프로슈머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합리적인 전력요금체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지난여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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