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김남수 교수, "획일적 교육으론 4차산업혁명 경쟁력 없다"(매일경제,2017.01.08)
서울대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불확실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정치·경제·공학·교육 등 각 분야에서 서울대를 대표하는 교수 20명이 한곳에 모여 9일 '코리아 아젠다 2017'을 발표하기로 한 것. '코리아 아젠다 2017'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호'를 향한 절박한 경고 메시지다. 서울대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망라한 교수들이 한데 모여 제언을 함께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쓴소리'를 내기로 한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들 교수는 '미래지식사회연구회' 소속으로, 2010년부터 학술 모임을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모임을 법인화했다. '코리아 아젠다 2017'을 주도한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국가적 혼돈기를 헤쳐나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교수들 사이에 형성됐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머리를 맞댔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전 국민적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최순실게이트'에 혁신은 꽁꽁 얼어붙었다"며 "시급한 경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렸고 민생을 챙겨야 할 관료들은 정권 말기 정국의 소용돌이에 '현상 유지'도 버거운 모양새"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4차 산업혁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퍼스트무버'는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20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면서 현재 2%대로 추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20명의 교수들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남북 문제 등 당면한 시대적 과제에서 실패를 거듭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한민국 외교에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냉전' 구도 속에 한국 외교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임혜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힘의 이동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를 파악해 사안별로 접근하는 '실리 외교'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힘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양다리 접근'을 통해 양국과 전략적 외교관계를 지속해가며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임 교수는 "중국이 경제력에서 미국을 뛰어넘었지만 군사력과 제도력은 아직 뒤처져 있다"며 "이념을 넘어선 극한의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힘의 이동 방향을 정확히 인식하고 양국과 전략적 외교관계를 지속해가며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더 큰 염려가 나왔다. 한국이 지난 40여 년간 제조업 중심으로 고도 성장을 이뤘지만 현재의 경직된 산업구조와 창의성을 무시한 획일적 교육, 과학기술 투자에 인색한 정책으로는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파괴적 디지털 혁신'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교수들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낙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과거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은 내려놓고 바닥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수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가격 쥐어짜기식의 노동력 동원으로는 더 이상 제조업의 경쟁력은 없다"며 "과학기술, 교육, 경제 등 모든 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장기 계획 수립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