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반도체` 재성장 견인차 삼아라(디지털타임스,2017.01.19)
박영준 교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독일 등을 중심으로 시작한 '제조업 4.0'이 다보스 포럼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모든 제조업에 ICT를 접목해서 지능화하겠다는 시도가 제조업을 넘어서 사회전체로 빠른 속도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를 내걸고 4.0을 주도하려는 중국의 약진이 두렵다. 심지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도 10년 안에 잡겠다고 공언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한국, 일본이 처지는 느낌이다. 가장 큰 이유로 이미 존재하는 IT인프라에 길들어져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안정된 사회의 특징인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으로 꼽는다. 20년 전 IT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때, 아날로그에 길들어져 있던 일본이 디지털로의 전환에서 느렸던 것이 이유인 것과 비슷하다.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한국은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라'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일류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나라로 전환했다.
20년 전, 한국의 '디지털 전환'을 현재 중국은 '모바일 인터넷' 전환으로 맞이하고 있다. 텐센트의 CEO인 마화텅이 주창한 개념인 '인터넷+'가 그것이다. 소매, 도매이든 제조업이든 서비스이든 무조건 인터넷을 붙이자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을 당시 중국정부의 지침이었던 '이노베이션 중국'에 맞물려서 '인터넷+'를 행동지침으로 만들었다. 이제 더이상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보고 투자하는 나라가 아니다. 소비 시장 개척을 위한 최고 매력이 있는 투자처로 변환하고 있다. 인터넷+는 중국 정부의 성장동력의 마스코트이고 시장 경제를 드라이브하는 마스코트이다. 성공 모델로 알려진 결제수단인 즈푸바오, 위챗페이로부터, 디디추싱, 위어바오 등 교통, 인터넷 투자로 확산되고 있다. 고정 금리로 재미를 보는 관치 금융, 신용카드의 불편함, 그리고 교통 난민(아침 출근 시 지하철 혼잡을 보라), 신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난 50년을 드라이브했던 한국의 성장 동력이 빠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정부의 R&D가 투자 규모에 비해서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학회에 다녀온 교수들은 생명공학, ICT, 나노 분야 어디에서도 한국이 앞서 있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20년 최고 인재를 끌어들였던 의료분야가 견인차 역할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배터리 분야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오직 하나 반도체 메모리 분야만이 독야청청한 것 같다. 중국이 수백조를 쏟아부어도 반도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엔진과는 다르게 반도체기술은 포화되는 기술이 아니다. 10nm 크기의 트랜지스터 수십억개로 된 회로를 설계, 제조, 패키징해서, 일 년에 오십조 원 이상을 세계 일류 고객에게 영업하는 반도체 플랫폼은 돈으로 따라올 수 없는 최고 기술이다. 더구나 1년 반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무어법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시야를 AI로 돌려보자. 30년 묻혀 있던 인공지능(AI)기술을 다시 무대에 세운 것 또한 반도체 기술 덕분이다. 최근 몇 개의 AI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한 개 보드에서 장착된 반도체 칩 기술이 아니면 AI가 자동차, 로봇, 드론 등에 장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반도체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동력 판을 짜도록 하자. AI도 반도체를 붙여서 경쟁력을 높이고, 소프트웨어도 반도체를 붙여서 경쟁력을 높이면 세계적 일류가 되기 쉽다. 어렵게 만든 플랫폼을 훼손해서는 안 될 일이다.
회사내부 플랫폼 기술의 강자는 한국의 반도체 메모리 회사다. 신제품의 출시를 1년 이내로 당기는 것도 잘 짜여진 전 세대제품의 설계, 공정, 후 공정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메모리에서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도 플랫폼 기술에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가 R&D사업이나, 타 서비스 업종에서도 큰 시사점을 준다. 유사한 목적을 위해서, 각 연구개발팀이 각각 시설을 갖추고 처음부터 연구 개발하는 대신, 각 연구 개발자가 같은 플래트 폼 위에서 자기의 아이디어를 얹으면 성능 비교도 쉬워지고, 개발 시간 단축, 사업화도 용이할 것이다. 첫 단추는 환경 센서, 안전 센서와 ICT융합에서 찾도록 하자. 신호처리, 통신 프로토콜을 갖추고, 분자 센서 트랜스듀서를 붙일 수 있는 반도체 플랫폼을 마련하고, 센서 재료나 시스템 개발자들이 이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단시간에 IoT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국가 R&D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창조경제의 실질적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