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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이틀째인 25일 ‘창의인재 육성 위한 교육 개조’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혁신 앞에서 현재 교육 시스템이 갖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콘래드 울프램 울프램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수포자’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현재 교육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며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결국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 구조로 이뤄진 대학 입시 과정이 옳은 것인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누군가는 삼성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정부에서 일하지만, 문제는 학교에서 배우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학적 지식이 실제로 일터에서 활용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역시 획일적인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구시대적 유물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교육은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대체자를 바로 넣을 수 있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와 같다”고 지적했다. 표준에 묶인 한국 교육이 획일화된 인재를 양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5세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48개국 중 47위에 불과하다. 적성을 무시하고 대학 입시와 취업에 맞춰진 교육 시스템의 한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개개인의 다양성과 적성을 무시한 교육은 높은 청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을 28%까지 끌어 올린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 역시 회사와 맞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신입 사원 교육에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을 벗어 버리고 개개인에 맞춘 세분화된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프램 소장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보다 좀 더 개인화된 구체적인 방식을 수립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평가 면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다양한 정보와 적성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교육은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게 낫고 보는 것보다는 만드는 게 낫다”며 “학생들 개개인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과 과제를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교육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경제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혁신은 충분한 실험에서 나오고 실험이 교육현장에서 활성화되려면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 자율성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며 “중국이 인재 양성을 위해 해외에서 1,000명의 유망 학자들을 유치하듯이 우리도 인재 육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바뀌어야 기업도 국가도 모든 게 바뀔 수 있다”며 “세계적인 중공업 회사인 지멘스가 빅데이터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듯이 한국도 기존의 표준화된 산업인력을 재교육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