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AI·빅데이터 승부처는 인재…서둘러 키우고 모셔와야"(매일경제,2017.06.21)
4차 산업혁명 대응인력 부족…인재영입 특단의 대책 필요
벤처는 절박함 있어야 성공…대기업 등 떠밀어서는 안돼
교육·연구시스템 혁명으로 대학이 창업의 중심에 서야
■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
차상균 서울대 교수가 20일 저녁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혁신의 소용돌이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를 키우고 대학을 혁신 창업의 씨앗을 키우는 '보고(寶庫)'로 만들기 위한 교육과 연구시스템의 혁명이 필요합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21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빅데이터·인공지능(AI) 분야의 혁신적 인재는 향후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과거 산업혁명기에 뒤처졌던 대중의 고통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 모으는 게 경쟁이고 중국은 대놓고 천인계획 등을 통해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면서 "공대 교육을 업그레이드하는 대대적 투자와 함께 우리나라도 '50인 계획'이라도 세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을 해외에서 적극 영입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또 "대기업을 등 떠밀어서 창조기업이나 벤처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은 애초 발상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벤처는 원래 화장실 휴지라도 갈겠다는 절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이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새 기술을 가진 후발 기업의 기술에 시장지배력을 잠식당하고 있다"며 이를 '혁신의 딜레마'로 규정했다. 그는 또 "기존 기업과 정부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파괴적 혁신'을 하기가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기업 연구소를 줄이는 대신 대학 스타트업 중심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기업과 대학, 정부 연구소를 묶는 전통적인 산학연 체계는 결국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 변화의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역발상'으로 대학이 주도권을 쥐는 대학 스타트업 중심의 창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차 원장이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이다.
차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하는 '파괴적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테슬라가 현대자동차를 위협할 수 있다"며 "공급망 변화와 함께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소수의 승자가 전자·자동차·데이터를 넘나들며 독과점하는 구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가령 한 기업이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면 데이터를 독점하게 되고 그 데이터로 자동차·전자제품 등 하드웨어로 연결하면서 결국 모든 '파이'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구도는 미국과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 원장은 그 자신이 혁신적인 창업가이기도 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HP 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가능성을 발견했고, 2000년 서울대 최초의 글로벌 스타트업인 티아이엠시스템을 설립했다. 티아이엠시스템은 고성능 메모리 위에 데이터를 상주시켜 실시간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2006년 세계 3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독일 SAP에 매각했다. 차 원장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SAP는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이 구동하는 '하나(HANA) 빅데이터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로 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충고를 했다.
차 원장은 "(이전 정부처럼) 대기업에 떠넘기고 창업시키라고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며 "인사권과 예산권 등 그 위상과 역할 그리고 누가 위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특히 총리급이 될 전망인 위원장과 관련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유럽 등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가 높은 분을 수장으로 모셔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혁신가의 딜레마를 이겨낼 수 있는 혁신의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21일 서울대 공대는 SAP 랩스 코리아(SAP Labs Korea)를 설립해 글로벌 아키텍트와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과 서울대 글로벌화에 기여한 점을 들어 차 원장을 '올해의 발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