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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혁재 교수, 반도체 혁신 이을 人材양성 서둘러야(문화일보,2017.07.07)

2017.07.07.l 조회수 14118
<이혁재 교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삼성전자는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에 3D 낸드 양산을 위한 반도체 생산 라인의 가동을 시작했다. 15조6000억 원을 투자한 축구장 400개 크기의 시설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의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평택 공장의 가동으로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추가적인 생산 라인 증설을 위해 2021년까지 14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모두 37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44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평택단지 시대의 시작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1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4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에 군림한 미국의 인텔사를 제친 것으로, 반도체 산업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이룬 쾌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또한 반도체 세계 3위를 굳히는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초반에 기반 기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당시 반도체 선진국이던 일본의 미쓰비시연구소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수 시장이 작고, 전기·물 등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며, 가전제품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서 첨단 기술인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또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반도체 기술을 보호하고 있으며, 매출 1억 달러 수준인 회사가 10억 달러 이상 필요한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자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과감한 결단과 통 큰 투자, 정부의 지원, 그리고 우수한 엔지니어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그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반도체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인텔사가 군림하기 전에는 일본의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름잡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반도체 기업은 대부분이 몰락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도시바반도체마저 매각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부족한데다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걱정도 없지 않다. 투자는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기술 혁신은 결국 우수한 엔지니어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외환위기 발생 20년이 되는 해이다. IMF 이후로는 공대에 진학한 우수 인재(人材)의 수가 급격히 줄었고, 그 결과 반도체 인력도 줄었다. 반면, 우리의 경쟁국들은 인력 공급이 원활하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전 세계 인재들이 몰려든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 

IMF 이전 공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어, 왕성하게 활동하며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앞으로 10여 년이 지나면 이들이 기술 개발에서 은퇴하기 시작하겠지만, 기술을 전수(傳受)해야 할 후배 엔지니어들의 수는 제한적이다. 인력 양성은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20여 년 뒤 오늘의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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