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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탈원자핵` 완급 조정하자(디지털타임스,2017.07.09)

2017.07.10.l 조회수 14891
[시론] `탈원자핵` 완급 조정하자
박영준 교수
서울대 전기·
정보공학부 
 
신정부 들어서 한국의 에너지의 중추역할을 했던 원자핵 발전으로부터 탈피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이미 건설을 시작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전문가를 배제한 시민배심원단의 의견을 참조한 후, 정부가 건설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여론은 이를 지지하고 있고, 전기 수요 산업계나 에너지 관련 학계는 반대하고 있다. 지지하는 쪽의 의견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원자핵발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과 원자핵 발전이 값싼 에너지 원이기는 하나, 안전사고 위험,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비싸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원자핵발전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스발전, 태양열, 풍력, 조력발전 등 단가가 너무 비싸고, 한국의 지형 여건이 신재생에너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핵발전을 폐기한 일본이 오히려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두 가지 의견 모두 타당한 점이 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가 접하게 될 주장점이 될 것이다. 또한 다분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맛 물리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찬성, 반대 진영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발전을 고려해야 하고 둘째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펼쳐야 한다. 교육, 에너지, 외교 등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는 장기적 준비와 운용 태도가 필요하다. 먼저 기술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보자. 전기에너지의 특징은 전체 발전량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시간에 얼마나 유연하게 전기를 배급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발전 수요를 수요 피크에 맞추어서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기술의 발전으로 전기가 남을 때 저장했다가 피크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심지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에너지 저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원전이나 화력발전과 같이 지역적으로 집중된 에너지를 전송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발전, 저장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스마트 그리드 방식이 더 저렴한 방법이 되고 있다. 반면, 원자력 발전 안전 기술,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기술도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모듈화해서 안전과 동시에 폐기물 처리를 쉽게 하는 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다. 반대, 찬성에 모두에 유리한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하고서는 발전하기 힘든다. 원자핵발전을 서둘러 폐기했을 때, 지난 40년 구축한 인력, 기술발전 원동력을 잃게 되는 우려가 있다. 독일과는 다르게 우리는 전기를 수입할 수 없는 정치 지리적 요건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스마트 그리드 기술, 그리고 태양전지의 효율 또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의 견해, 정치 논리는 옆으로 잠시 제쳐두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매년 10%씩 바꾸면 전체가 바뀌는데 10년이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는 그대로 지속하되, 앞으로 기술 발전을 지켜보면서 몇 기를 더 지을 것인지 완급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탈원전 반대, 찬성 진영 역시 항상 유연한 자세로 기술발전을 지켜보면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담보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