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혁재 교수, ‘반도체 한국’ 이을 人材 양성 절실하다(문화일보,2017.08.08)
<이혁재 교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 3000명이 부족한 상황이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 내부 인원을 순환 배치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결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LCD 산업처럼 중국에 추격당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 원인 중 하나는 공대의 적지 않은 전문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대생들은 졸업 후 의학이나 법학 등 다른 전공으로 진로를 바꾼다. 공대생들의 해외 진출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력이 부족하므로 우수한 국내 인력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여름방학 인턴 사원의 월급이 800만 원 정도에 거주비를 제공하는 수준이니 국내 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크다.
인력들의 외부 유출뿐만 아니라 공과대학에서의 내부적인 유출도 심각하다. 반도체공학과 같이 전통적인 공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자연과학이나 의학 분야와 연결되는 연구를 하는 공과대 교수가 늘어나고 있다. ‘네이처’와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언론에서도 화려한 조명을 받고 정부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도 우선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연구 교수가 줄어든 결과 서울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의 석·박사 배출 인력이 2008년 100여 명에서 2015년 40여 명으로 7년간 약 60% 줄었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면 서울대 이공계 교수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수상을 기대하는 국민의 희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린다. 특히, 일본에서 수상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본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배출했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기나긴 불황을 겪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1980년대에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지막 남은 도시바를 매각해야 할 처지다. 반면, 우리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한 명 없이도 ‘반도체 왕국’ 건설에 성공했고,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성공에 대해 관련 엔지니어들은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IT 분야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엔지니어의 직업 만족도가 59.8%로 중국(77.4%), 미국(86.2%)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게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 결과다. 이렇게 반도체 관련 인재(人材)들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재의 원활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고 많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분위기 활성화와 사기 진작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테면, 자연과학에서 ‘네이처’ 논문 발표와 상응하는, 공학에서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에 대해 국가적으로 응원해 주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노벨상보다는 약하지만 정부에서 권위를 담보하고 언론에서 조명해주는 공학 분야의 상을 제정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학생·교수·기업 및 연구소 특성에 맞게 다양한 상 또는 대회를 만든다면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예전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카퍼레이드까지 할 정도로 국가적인 응원을 받았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성원이 인력 부족을 크게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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