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박영준 교수, [시론] 삼성전자가 가야할 길(디지털타임스,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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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경험과 이론적 배경으로 국민들이 갈 길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적은 때에, 기술 경영분야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이벤트기도 하였다. 권오현 부회장은 '세계 최고를 향한 분명한 목표 아래, 과감한 결단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수많은 선배님들, 후배들과 함께 ' 반도체를 세계 1위로 우뚝 세웠다고 말해왔다. 이들의 경험은 앞으로도 기술 경쟁력으로 한국을 지탱해 줄 것이다.
전례없는 IT분야 세계 1위 영업이익을 거두었음에도 삼성전자는 어렵다. 그동안 지탱해온 과감한 적기 투자와 대규모 제조업 능력에 바탕한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삼성이 제공한 반도체를 이용해서 세계의 일등 주자들은 엄청난 시험을 하고 있다. 구글이 그러하고, 아마존이 그러하다. 주춤했던 인텔이 새로운 AI칩으로 반도체 주도권을 다시 쥐려고 하고 있다. 중국의 눈부신 도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위기일 때, 기초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은 왜 사업을 하는가? 1983년 동경 선언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은 '돈을 버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사업보국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반도체, 그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DRAM을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초 6년간, 삼성이 망한다고 할 만큼 어려웠으나, 투자를 계속했다. 그리고 우수한 젊은 기술자들에게 기술개발에 일생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제공했다. 그 자신은 흑자를 보기 전에 타계했지만, 국가에 세계 1위 DNA를 남겨주었다.
35년이 지난 지금, 아마 이렇게 질문해야 할지 모른다. '세계 1위를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한국 산업 체질을 세계 1위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한국이 세계 1위를 하는 가장 확실한 사업 수단이 무엇인가?'. 한국 산업이 1위를 하면, 교육이 1위가 되고, 사회도 1위가 된다. 미국이 그랬고, 영국이 그랬다. 1983년 동경 선언 당시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한 도박이라고 했다. 인구 1억 이상, GNP 1만 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이 되는 시장이 있어야 하고, 막대한 시설 투자가 뒷받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민은 무엇이든지 적당히 하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반도체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가 된 지금, 한국민, 아니 세계가 깜짝 놀랄 어떤 사업, 그 사업이 한국민 전체를 세계 1위로 만드는 계기가 되는 앞으로 30년 사업,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1980년대 초 삼성이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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