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조동일 교수, 양자기술로 도약하는 10년 뒤 4차 산업혁명(전자신문,2018.01.02)
4차 산업혁명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됐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에 의한 생산,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 의한 대량 생산,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한 자동화 생산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20세기에 시작된 디지털화가 여러 영역으로 확장되고 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더욱 고도화, 융합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딥러닝,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이 숙제의 중심에 있다. 짧게는 20년 전, 길게는 70년 전에 연구된 분야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가 최근 급속히 발전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다시 눈부시게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뒤를 예측해 보자. 딥러닝, AI, 로봇, 우주 등 분야의 발전은 디지털 기술 한계로 벽에 부닥칠 것이다. 전자회로에 0과 1 이진수를 인코딩하는 기술은 디지털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전자회로 선폭이 최소 한계에 도달하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산업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0과 1을 동시에 무한한 중첩 상태로 나타낼 수 있는 양자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이론은 지난 세기 초에 제안됐지만 '양자 얽힘' 등 특이 현상 때문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양자 현상이 하나씩 입증되고 있다. 2012년 노벨 물리학상이 양자 현상 실험 결과를 얻은 과학자에게 수여됐다. 미국의 IBM, 구글, 인텔, 표준기술연구소(NIST), 메릴랜드대와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대 등이 제한된 양자통신 및 컴퓨팅 장치를 실현했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계산 속도를 기하급수로 향상시킬 수 있고, 양자통신은 복제 불가능 원칙으로 절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천문학 규모의 금액을 정부 지원으로 투자해 연구개발(R&D)이 활발하다. 중국은 올해 9월 세계 최대인 12조5000억원을 투자, 양자연구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까지 한국 양자기술 분야의 실적은 미미하다. 정부가 국책 과제를 준비했지만 10년 후 경제 성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세금 낭비라는 논리에 발목이 잡혔다.
순수 과학부터 최첨단 공학까지 여러 학문의 융합이 필요한 양자기술 특성상 다양한 의견이 많아 최종 의견 수렴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정부도 기술이 급속 발전하는 시대에 경제 타당성만으로 R&D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정비와 실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외에서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에 한국은 10년 후 불확실성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논리를 따라가게 되면 국내 전문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문가를 계획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해외 경쟁 그룹은 혁신 결과를 일궈 내고 있다. 지금처럼 진행되면 10년 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왜 혁신 R&D가 불가능한가 하는 논의만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