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경무 교수, “美선 AI ‘A급 인재’에 서울대 교수 최고대우보다 10배 보수”(오피니언,2019.12.26)
한국, AI 국가전략 2030년까지 美·中 이어 세계 3위 목표 수립
MIT서 AI 단과대 설립 때 1조1000억 기금... 서울대는 수백억뿐
정부가 지난 17일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를 통해 2030년까지 455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삶의 질도 세계 10위로 도약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국내 AI 분야 권위자로 이번 국가전략 수립에 참여했던 이경무 서울대 전기ᆞ정보공학부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AI 경쟁력의 현주소와 AI 국가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정부가 ‘AI 국가전략’을 발표할 정도로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AI에 대한 이미지는 기대보다는 공포가 더 크다. ‘국가전략’에서도 한국의 일자리 10%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AI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속성이 모두 담긴 중립적 기술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일자리를 빼앗아 대중을 궁핍하게 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산업혁명 등 거대한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기존 사회에 충격이 있었으나, 결국 일자리는 더 늘어났다. AI가 주도할 미래도 그렇게 될 것이다. AI는 이미 우리 주변에 스며들어 있다. 음성으로 지시하는 AI 스피커나 외국어 자동번역 등은 이미 친숙하게 사용하는 기능이며, 금융계에서는 투자 리스크 분석, 의료계에서는 진단 등 전문 영역에서도 AI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의사, 판사 업무는 물론 예술 영역까지 AI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10년 뒤 가장 안전한 직장은 무엇인가.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국내 노동시간 중 27%가 자동화될 거라고 전망했다. 120년 후에는 전 세계의 모든 직업이 자동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에서는 2030년까지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대신 730만개가 새로 창출될 것이다. 30만 개가 더 생기는 거다. 물론 일의 유형이 바뀌게 되므로 직업 재훈련이 중요해진다. 결국 AI 발전에 사회가 적응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ㆍ정책적 문제다. 사람들이 적기에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사회ᆞ정책적 보완이 준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AI의 발전에도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될 직업은 아무래도 인간의 감성과 관련 있는 영역, 예를 들어 문화나 예술 또는 심리 상담 같은 전문직이 아닐까 한다.”
-AI와의 경쟁을 걱정하기보다는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직업으로 선택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직업은 각자의 자아 실현 수단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두 번째 수단으로서의 직업은 멀지 않은 장래에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결국 AI를 통해 생산되는 각종 재화와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가 사회 유지에 더 중요할 것이다. 생계는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자아 실현을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먼저 정부가 발표한 ‘AI 국가전략’이 실현돼야 한다. 2030년까지 디지털 분야 경쟁력 세계 3위, 455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455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맥킨지의 분석방법론을 사용해 추정한 것이다. 2030년까지의 기존 경제성장 전망치를 바탕으로 AI 도입으로 생겨날 신규 매출 증대, 비용 절감, 소비자 후생 증가 효과를 추정했더니 최소 225조원에서 최대 455조원의 부가 새로 창출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나왔다. 맥킨지가 2030년에 전 세계적으로 7,000조원의 경제 효과 창출을 전망했는데 그중 6.5%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창출되는 셈이다.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한국의 비중이 1.9% 내외이니, 야심 찬 계획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목표를 달성하면 그 정도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역시 반도체처럼 하드웨어 분야가 주도하게 되나. 국가전략도 AI 반도체 경쟁력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둘의 통합설계(co-design)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현재 우리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반도체는 인간의 뇌처럼 기억,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 AI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다. 메모리에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능을 통합한 신개념 반도체를 PIM(Processing In Memory) 반도체라고 부른다. PIM 반도체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의 컴퓨팅을 메모리 중심으로 바꾸게 해 인간 두뇌를 모방할 수 있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역시 세계 최고인 우리 정보망 인프라가 AI 기술을 보다 빨리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AI 반도체는 미국 중국이 투자와 연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그래도 메모리 관련 기술이나 생산 프로세스를 갖춘 한국이 곧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 발전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낮은 보수 등의 문제로 내년 문을 열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교수 정원도 제대로 못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대에서도 교수 채용이 힘들 정도라면 관련 인력 육성이 계획대로 될 수 있을까.
“미국의 A급 인재의 경우 통상 서울대 교수 최고 대우 금액의 10배가 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AI 단과대 설립 당시 마련한 기금이 1조1,000억원 규모였는데, 서울대 AI 연구와 교육을 위해 조성된 모금액은 수백억 원에 불과하다. 보수나 연구환경 모두 A급 인재를 마음대로 영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새해부터 AI 관련 학과 교수의 기업 겸직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미국 중국에서도 AI 분야 A급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과 겸직을 허용해 높은 보수를 감당하고 있다. A급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필요 인력을 다 충원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육성하고 있는 AI 인력의 질을 어떻게 더 높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AI 전공 대학원생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당장 컴퓨팅 성능 등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부터 미국 중국과 격차가 크다. 매년 AI 전공자 배출을 늘려 2030년 이후에는 매년 AI 분야 전공자 1만명을 배출하려면 더 과감한 투자와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AI 관련 학과 등에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정부는 AI 인력 1만명 양성 목표를 고급인재 2,000명, 전문인재 8,000명의 투트랙으로 나눠 진행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고급인재는 관련 전공을 이수한 석ㆍ박사급 AI 핵심 기술인재로 AI 대학원, BK21+ 후속사업, 대학중점연구소 등을 통해 양성하게 된다. 전문인재는 학사급으로 SW 중심대학, AI 관련학과 신ㆍ증설, 관련 아카데미 등을 통해 훈련을 받게 되는데 이 트랙은 인문계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자들이 충원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창의력과 열정을 갖춘 인재들이 과감히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AI 발전에는 인력만큼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도 중요한 요소다. 이런 부분의 경쟁력은 관련 규제가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AI를 산업적 관점에서 볼 때 성공 요인을 몇 가지로 꼽는다. 인재, 데이터, 정책, 시장 4가지 요소가 잘 갖춰져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4개 부분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부분에서 열세다. 데이터는 소스 생산량부터 적고, 그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힘들게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이런 문제 해결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구축된 데이터를 쉽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책의 몫이다. 특히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 간의 상호 공유와 가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전담할 국가 기구를 설치해 공공 및 민간데이터의 수집, 생산, 연계 및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 있고 적극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바이두는 자율주행, 텐센트는 헬스케어 식으로 민간 사업 영역까지 지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주로 데이터 통합을 민간에 위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3등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나. 너무 늦지는 않았나.
“늦긴 했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미국 중국만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경쟁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2017년 중국 텐센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AI 핵심 인재가 2만2,000명 정도인데, 미국이 그중 절반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1% 미만이었다. 200명도 안 된다는 평가다. 올해 10월 서울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학술대회인 ‘국제 컴퓨터 비전 학회(ICCV) 2019’ 행사가 열렸다. 제가 조직위원장으로 참여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AI 전공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AI 분야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개발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이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이 올해 1,075편이었는데, 중국이 362편으로 미국 313편을 앞질러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44편을 발표했다. 2년 만에 관련 핵심 인재가 미국 중국의 1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국가별로 4번째로 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도 고무적이다. 향후 목표 달성의 관건은 세계가 인정할 스타급 AI 인재를 얼마나 많이 배출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경무(57)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석사를, 미국 USC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술지 IEEE TPAMI(Trans. on Pattern Analysis and Machine Intelligence) 부편집장과 한국컴퓨터비전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올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 최고 인공지능 학술회의인 ‘국제 컴퓨터 비전 학회’ (ICCV) 2019’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