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김성철 교수, [기고] 전투기용 레이더 국산화와 美·中 신냉전(매일경제,2020.08.10)
김성철 교수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될 AESA 레이더 시제품이 지난주 출고됐다. 전투기의 `눈`이라는 전투기용 레이더는 동 분야 연구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말께 미국은 AESA 레이더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투기용 레이더를 개발해보지 않았기에 국내 개발은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로부터 4년여의 시간, 우리 기술로 자체 개발한 첫 시제품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방사해 표적을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다. 특히 AESA 레이더는 기존 기계적 회전식 레이더에서 한 차원 발전된 개념이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기계식 레이더가 눈은 고정된 상태에서 고개를 돌리는 방식이라면 AESA 레이더는 고개는 고정한 상태에서 눈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는 빠른 속도로 날면서도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는 잠자리의 겹눈과 유사한 원리다. 기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번에 출고된 AESA 레이더는 미 공군의 주요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더의 성능에 견줄 만하다고 한다. 다수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으며 공대공과 공대지 동시 운용도 가능하다. 특히 레이더 구성품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안테나 하드웨어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안테나를 전자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AESA 레이더의 독자 개발은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군사적 관점에서는, 차세대 공군의 기반 전력으로 활약하게 될 KF-X의 핵심 항전장비인 레이더 개발을 통해 우리 공군은 적의 기동을 먼저 보고, 먼저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전은 공중 우세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도 충분히 대응할 미래형 공중 전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여 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참여 기업, 대학의 연구진이 쌓아온 레이더 기술 역량과 경험이 하나로 결집돼 AESA 레이더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방위사업청의 일관된 연구개발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민·군·관·학의 협력은 국방기술 자립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산업적 측면에서도 AESA 레이더 개발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 중인 KF-X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안테나 장치 등 핵심 구성품에 대한 해외 수요자의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완성품과 구성품 동반 수출이라는 최근 방위산업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에도 맞아떨어지는 일이다.
지금 세계는 군사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신냉전 시대다. 미국은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 대응도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 된 지 오래고, 러시아의 군사기술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한은 오직 핵과 미사일에 집중한다. 이런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AESA 레이더가 탑재된 KF-X가 체계통합, 지상시험, 비행시험을 거쳐 2026년 최종 전력화된다고 한다. 그 과정은 험난한 도전의 연속일 것이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우리 연구진의 땀과 눈물은 도전을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선택은 기술혁신을 통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주국방의 길이다. 자주국방의 대표적인 예로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가 영공을 누비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