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문승일 교수, [기고] 전기요금 개편 없는 '그린 뉴딜' 없다(한국경제,2020.08.04)
연료비에 전기요금 연동시켜
에너지 소비행태 바꿔나가야
에너지 소비행태 바꿔나가야
문승일 <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그린 뉴딜이 이뤄지려면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에 앞서 국민의 에너지 소비 행태가 변해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현행 요금 체계는 화석연료발전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 정해졌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권고하는 요금 체계다. 이런 요금 체계로는 소비자가 효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소비하게 하고, 그린에너지를 대규모로 보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그린 뉴딜의 혜택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대체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국내 대단위 신재생에너지발전 단가는 2026년께 석탄화력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기회에 대단위 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 단지를 신속하게 구축해 발전 단가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그린에너지 가격 제도를 도입해 초기에는 화석연료발전 전기보다 비쌀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싸게 된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RE) 100’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그린에너지를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된다면 소비자의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참여 없이 이뤄지는 정부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그린 뉴딜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없는 그린 뉴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