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한국판 뉴딜: 국가 AI 교육연구원 만들자(매일경제,2020.07.20)
차상균 교수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계획이 발표됐다.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은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계획이다. 저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그린 뉴딜에도 디지털화는 필수다. 문제는 누가 160조원이라는 큰돈을 쓰는 주체가 돼 우리가 추격형에서 선도형 국가가 되게 하느냐는 것이다.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대전환을 이끌 인적자원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디지털 주도권을 가진 미국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전 세계 최우수 인재들을 흡수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사이언스를 공통 학문 기반으로 빠르게 수렴한 미국 선도 대학의 교육 혁신은 미국의 디지털 주도권을 견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을 좇는 중국도 우수 인재 확보와 대학 교육은 절대 열위에 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를 예견해 대학 교육 혁신을 이끈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다. 2013년부터 5년간 무어재단과 슬론재단 두 곳에서 지원을 받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는 대학 설립 이래 가장 큰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공과 상관없이 신입생 1500명이 선택과목 `데이터사이언스 개론`을 수강한다.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 때문에 생명과학, 사회학 등 다른 후속 과목도 연쇄적으로 바뀌게 됐다. 1년에 버클리 학부생 6000명이 데이터사이언스 과목을 수강한다. 2018년 말 범대학 차원에서 데이터사이언스 학사기구를 만든 버클리는 올해 1월 책임자로 산업체 연구 경험이 있는 전직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영입해 부총장으로 임명했다. 이 변화를 지지한 익명의 독지가가 2억5000만달러를 버클리에 기부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서울대 국고지원금 3분의 2에 해당한다.
실리콘밸리 한가운데 있는 사립대 스탠퍼드는 인문사회 전공 학생도 데이터와 AI 과목을 공부하고 페이스북 같은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한다.
미국 선도 대학의 범대학 차원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혁신은 한국의 일부 AI 대학원이 지향하는 특화된 AI 전문가 양성과 철학이 다르다. 특화된 교육은 당장 현장에 부족한 AI 기술자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가 세계적으로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혁신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있다. 디지털 세계 혁신은 한 손에 데이터와 AI에 대한 전문지식, 다른 손에는 특정 도메인에 대한 이해 능력을 갖고 새로운 데이터를 모으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창의적 답을 만들 줄 아는 양손잡이 인재들이 이끌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이런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대학 스스로가 각자 데이터와 AI 기반 교육 혁신의 규모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는 한국판 뉴딜의 첫 스텝으로 범국가적 역량을 한곳에 모아 데이터와 AI 기반 교육 혁신을 이끌 가칭 `국가 AI 교육 혁신 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이 연구원은 전국 거점 대학 교수, 초·중·고 교사, 산업 전문가들이 6개월 또는 1년 동안 한곳에 모여 상호 토론해 각 분야 교육과정을 실험적으로 만들어 확산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도록 한다. 교육과 연구는 분리될 수 없으므로 시작부터 세계 선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가 교육을 통해 범국가적으로 바로 공유되도록 한다. 파견이 끝난 교육 혁신 기여자들이 지역 거점으로 돌아가 데이터와 AI 혁신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되면 지역 산업에 특화된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뉴딜의 댐에 창의와 혁신 능력을 갖춘 세계로 뻗어나갈 디지털 혁신 인재가 빠르게 축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