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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혁재 교수]‘반도체 人材’ 획기적 대책 화급하다(문화일보,2021.05.10)

2021.05.10.l 조회수 7494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

세계 반도체 전쟁이 한창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2, 3위 기업을 가진 우리나라도 이 전쟁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전쟁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는 대만의 TSMC다. TSMC는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의 경쟁력을 갖췄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10% 후반대 시장 점유율로 2위 기업이다. 전쟁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가 왜 경쟁에 뒤처지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관점의 원인 분석들을 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흔히 우리 기업은 TSMC보다 파운드리 사업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아직 추격 단계라고 분석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TSMC는 1987년에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므로 출발이 늦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TSMC를 기술적으로 따라잡은 적이 있다. 28나노 및 20나노미터 공정 개발에서 뒤처지던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은 TSMC보다 먼저 2015년에 상용화했다. 그 결과 퀄컴, 애플 등의 스마트폰 반도체 수주에 성공했다. 당시 TSMC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었다. 마치 1980년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인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1위 메모리 생산국이 됐던 전례를 따를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TSMC는 절치부심하며 기술을 개발해 차세대 공정인 10나노 개발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성공하고, 7나노 미세공정 개발 시기부터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TSMC는 퀄컴, 애플 등의 주요 제품을 다시 우선 수주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현재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서 크게 불리하지 않으며, 또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이 잘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삼성전자가 14나노 경쟁에서 승리할 당시,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의 사업부장부터 임원과 평직원들까지 혼연일체가 돼 기술 개발을 위해 쏟은 노력은 반도체 분야 종사자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다. 임원으로 근무하던 필자의 대학 동기들, 평직원으로 근무하던 제자들이 매주 점검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매달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우수한 엔지니어들의 열정과 노력이 경쟁에서 승리한 주요인이었다. TSMC가 다시 추격한 것도 같은 요인이었을 것이다. 삼성이나 TSMC 모두 개발 자금이나 공정 장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므로, 엔지니어의 수준과 열정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반도체 전쟁 승리를 위해 주요국들은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명문 칭화대를 방문, 반도체 대학을 설립해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미국은 세계의 인재(人材)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풍부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 대학의 정원 제한이 반도체 인력 양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2019년 반도체 분야 학과를 신설하려 했으나 대내외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포기했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들을 보유했으나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인재 양성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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