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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서승우 교수]인류를 자동차 사고에서 해방시키다(동아사이언스,2021.08.21)

2021.08.21.l 조회수 5904

“공학자 입장에서 자율주행은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문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차가 한 번에 자율주행차로 바뀐다면 오히려 문제가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상당 기간 동안 사회와 공존해야 하고 공학자들은 이를 위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2014년 국내 최초의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개발한 자율주행 분야 국내 대표적인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서 교수가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즈음이다. 2004년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그랜드챌린지에서 자율주행차가 주요 연구 주제로 떠오른 직후였다. 그랜드챌린지는 사막의 229km 도로를 성공적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게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주는 대회였다. 당시 완주에 성공한 자율주행차는 한 대도 없었다. 심지어 시작하자마자 멈춰버린 차량도 있었으며 선두로 달리던 차량은 U자형 도로를 달리다 도로를 이탈해 버렸다.


하지만 이 대회는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2010년대 초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며 자율주행차 연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가 투자한 크루즈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태로 주행해도 좋다는 자율주행 면허를 받아 2021년 현재 시험 운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기술 부족, 사회적 책임 문제 등의 이유로 자율주행차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 모빌리티 논의에서 자율주행은 첫 번째로 언급되는 기술이다.


공학자의 시선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짚어 보기 위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에서 서 교수를 만났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

 

Q. 스누버1과 현재의 스누버(비공식 명칭은 스누버5)를 비교하면 얼마나 진화했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스누버1은 차 지붕 위에 사람 머리 크기만 한 라이다(LiDAR)가 탑재됐다. 비싸고 무거웠다. 이후 어른 주먹만 한 라이다가 등장했고 지금은 그보다 작은 라이다를 쓰고 있다. 감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스누버2에서는 라이다를 4개까지 늘렸는데 라이다의 성능 진보, AI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한 대로도 훨씬 좋은 감지 성능을 얻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도 위치와 개수를 달리하며 라이다와 상호 보완적인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주행 상황 인식과 경로 생성 두 분야에서 크게 발전했다. 초기에는 차량만 감지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사람이 운전할 때 인식하는 대상을 거의 다 감지한다. 초기엔 서울대 캠퍼스와 같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운행했는데, 2021년 현재는 서울 여의도와 지방 소도시에서 누적 주행거리를 늘려가며 주행 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고 있다.  

 

Q.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이 있나?


기본적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판단(경로 설정)해야 한다. 또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할 때만 해도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여러 종류의 센서가 필요하며,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두 가지 이상의 센서 정보를 합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차에는 AI 기술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AI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져 자율주행차가 실현되면 차량 전체 가격의 70%를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주행 지능이 높고 효율적인 AI 기술 개발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Q. 자율주행 기술의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나?


국내외에서 자율주행차의 인식, 제어, 통신 등 각 분야별로 표준을 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기업과 대학, 연구원에서는 표준으로 채택될 만한 최적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현재로는 어느 것이 옳다 확신할 수 없다. 한 예로 테슬라는 다른 자율주행차와 달리 라이다와 HD맵(정밀지도) 기술 없이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고 한다. 
모든 자율주행차 기술은 100%의 정확도와 안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만일의 사태까지 보장해야 자율주행차가 실현될 수 있다. 

 

Q. 현재 자율주행차는 어떤 수준인가?


제한된 상황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레벨5 기술은 개발 중인데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미국 스타트업 아르고가 누적 주행거리로 평가했을 때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테슬라는 판매한 차의 정보를 수집해 올해 1월 51억 마일(82억 km)의 누적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일상 운전에서 접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머신러닝 기반의 AI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의 데이터를 골고루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상황을 포함해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현실 도로에서 사고를 만들어낼 순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도로와 똑같은 주행상황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자동차 기술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캐나다 빅토리아 교통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기술 개발 후 대중화까지 자동변속기는 50년, 내비게이션은 30년, 에어백은 25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20년 전 자동차에 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했는데, 이 기술은 최근에서야 대중화됐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고, 기술은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솔직히 자율주행은 대중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Q. 자율주행차 회의론,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기술이 충분치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 법, 보험 등 여러 분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한 예로 왕복 8차선으로 폭이 넓은 서울 여의도의 국회대로는 운전자들이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도록 신호등을 높게 설치했다. 우리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는 보통의 신호등 높이에 맞게 센서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이 신호등을 감지하지 못한다. 신호등이 한눈에 안 보인다면 인간은 스스로 자세를 바꿔가며 신호등을 찾을 수 있지만, 달리는 자율주행차에서 센서의 위치와 각도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신호를 자율주행차에게 통신으로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자율주행차만의 기술로 해결하려면 요원해 보이는 일도 교통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면 쉬워진다. 이처럼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의 속도는 여러 분야의 협력이 결정할 것이다. 


연구자로서 자율주행차 기술의 실현은 우주에 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많은 공학자들은 그러기에 재미를 느끼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기대해 달라. 

 

Q. 자율주행차가 사회에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나?


교통사고의 95%는 인간의 실수인데, 자율주행차는 이 실수를 없애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안전 문제를 정복해야 한다. 이동으로부터의 해방, 편리성은 그 다음 가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은 로봇, 드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될 것이며 새로운 편의성과 가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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