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추진하지만 교수 부족…"신규 채용에도 숨통을"(매일경제,2021.12.21)
"석·박사 과정도 확대해야"
최근 연합전공 방식 수업운영
관련학과 교수 충원 1명뿐
◆ 반도체업계 인력난 ◆
서울대가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재추진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인력이 양성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을 더 모집한다고 해도 이들을 교육할 교수의 숫자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는 반도체와 관련한 '연합전공'을 신설하는 등 학과 정원 외에 반도체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학생들을 추가 선발하고 있지만 교수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서울대에 따르면 복수전공과 부전공, 연합전공 등 전기·정보공학부에서 정원 외에 추가로 선발하는 반도체 관련 전공 학생은 2017년 55명에서 2018년 78명, 2019년 102명, 올해는 286명까지 늘었다. 내년 1학기에도 167명의 정원 외 인력을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65명에서 66명으로 1명 늘어난 것이 전부다. 추가적인 교수진 충원 없이 반도체 계약학과가 설립될 경우 그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 충원 없는 학생 수 증가는 결국 수업과 연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수 충원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립대학인 서울대의 교수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 교수 충원 계획을 교육부가 허가하면 서울대 대학본부에서 이를 단과대학별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 현상에 따라 교수 정원을 늘리는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는 학부생 정원 감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인력난에 대해서는 국내 대학 관련 학과 교수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 58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3%가 현재 반도체 관련 학과 입학 정원이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적정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 중 41.4%는 기업과 학생들 수요에 비해 정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단순히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설문 응답자들은 교육 인프라스트럭처와 교원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호소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91.4%가 반도체 관련 학과 인력 양성 확대를 위해 정부가 교육 인프라 추가와 개선을 위한 비용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원 신규 채용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86.2%였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머리'에 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는 오랜 기간 인력 수급이 뚝 끊긴 상태다. 김진태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학부 졸업생 수준이 아닌 10년을 바라보고 육성할 수 있는 반도체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