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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혁재 교수, 반도체 인력 양성이 필요한 이유 [이혁재의 칩 비하인드](서울경제,2022.07.16)

2022.07.16.l 조회수 2359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위험 감수하고 새 기술 도전하는 삼성

보수적 전략 택한 TSMC와 패권전쟁

3나노 공정서 앞선다고 경쟁 끝 아냐

기술격차 이전에 우수 인력 확보 시급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6월 30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3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양산 계획을 갖고 있는 대만의 TSMC에 비해 대략 3~6개월 정도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많은 언론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대만에 앞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희망적인 보도를 했다. 반면 대만 언론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보도들이 주를 이뤘다. 삼성은 아직 주요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TSMC는 애플 등 주요 고객사와 함께 3나노 양산을 준비하기 때문에 사실상 TSMC가 앞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언론의 기대처럼 삼성이 3나노 양산을 계기로 앞서 나갈지 아니면 TSMC가 여전히 앞서 있는 것인지를 예측해 보기 위해서 과거 이 두 회사들 사이의 기술 경쟁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즈음 7나노 공정 개발 때 삼성전자는 EUV라는 새로운 장비를 사용한 공정을 TSMC보다 먼저 개발에 착수했다. 반면 TSMC는 새로운 장비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나노 공정은 기존 장비를 그대로 사용했고 EUV 공정은 그다음 세대에서부터 적용했다. 이러한 TSMC의 전략이 성공해 7나노 양산을 삼성전자보다 먼저 시작했고 많은 고객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이후 TSMC의 우위는 현재까지 계속돼 삼성전자를 앞서는 상황이다.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4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는 핀펫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반도체를 개발했고 TSMC보다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애플의 물량 일부를 TSMC로부터 가져왔으며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퀄컴의 물량도 확보하는 큰 성공을 거뒀다.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에서 삼성은 새로운 기술을 먼저 도입하는 반면 TSMC는 한발 느리다. 새로운 기술 도입은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술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위험 부담이 있다. 시장점유율 50% 정도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 TSMC는 보수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후발 주자인 삼성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기술에 먼저 도전하게 된다. 그 결과 7나노에서는 TSMC의 전략이, 14나노에서는 삼성의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3나노에서도 삼성은 GAA라는 새로운 구조를 채택한 반면 TSMC는 이전의 핀펫 구조를 그대로 사용한다. 반도체 구조의 변화는 14나노 공정에서 일어났었고 그 이후는 계속 같은 구조를 사용해왔다. 7나노에서 EUV 장비를 사용하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반도체 구조는 핀펫을 그대로 사용했다. 3나노에서 새로운 반도체 구조를 채택한다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14나노의 상황과 좀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때와 같이 이번에도 삼성의 전략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3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그것으로 기술 경쟁이 완전히 끝날 가능성은 낮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기술 경쟁에서 한번 우위를 차지하더라도 다음 세대에서 뒤집힐 수 있다. 사실 올해 초에는 삼성이 TSMC에 비해서 완전히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았다. 삼성의 불량률이 높아서 퀄컴과 같은 주요 고객이 TSMC로 옮겼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7나노부터 계속 뒤처지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마저 이탈한다면 그 위치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3나노 공정 양산을 먼저 시작함으로써 다시 한번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두 회사 간의 기술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술 경쟁은 패권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하며 그 결과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약 이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승리해 삼성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이 TSMC만큼 증가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TSMC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감안해 단순히 계산하면 삼성의 시총이 두 배 정도 증가하는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의 장기적인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은 이유는 삼성의 인력이 TSMC에 대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삼성 파운드리사업부의 인력이 대략 2만 명 정도인데 TSMC는 6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적은 수의 인력으로 TSMC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 차이가 따라잡기 힘든 기술 격차를 만들기 전에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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