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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홍용택 교수, <포럼>中 추격 따돌려야 할 디스플레이 기술(문화일보,2022.11.10)

2022.11.10.l 조회수 1829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지난 2017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슴이 쭉 늘어남을 느꼈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술대회(SID)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스트레처블(stretchable) AMOLED(아몰레드)를 보면서 느낀 자부심과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개 SID에서, 한국 기업이 신기술을 선보이면 중국 기업들은 언제나 이듬해 개최되는 SID에서,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유사 기술을 재현하곤 했다. 하지만 스트레처블 기술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히 흉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SID에서 스트레처블 기술을 주제로 초청 연사 논문으로만 이뤄진 스페셜 세션을 기획했다.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O, 중국의 BOE 등 주요 패널 제조사의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년 전 기술의 진일보로 200ppi급 스트레처블 AMOLED 기술을 선보였고, LG디스플레이는 당시 개발 중이던 스트레처블 마이크로 LED(AMμLED)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당시 시작품을 보여 주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던 LG디스플레이가 지난 8일 완성도 높은 스트레처블 기술 개발을 발표했다. 다시 한 번 뿌듯함을 느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을 계속 높여 왔다. 두 회사는 폼팩터(form factor) 기술의 꽃이라 불리는 플렉시블(flexible) AMOLED 기술을 폴더블 핸드폰과 롤러블 TV로 각각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그리고 AMOLED와 AMμLED 기술을 이용해 폼팩터의 최고봉인 스트레처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모습은 ‘상호 경쟁’보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로 느껴진다.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두 기업이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상호 협력의 새로운 전략을 펼쳐 보면 어떨까?

현재의 스트레처블 기술은 OLED와 LED 모두 아직 초기 단계로 제품화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난제 극복과 함께 후속 기술 개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전략무기’로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으로 양분돼 있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자칫하면 중국이 독점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가 국방·안보·전산망·개인 휴대 기기 등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임을 생각하면 그 전략적 중요성은 반도체 못지 않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기술에 선제적으로 전폭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후발 중국 기업들과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미래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만들고 춤을 기획할 탁월한 인재들을 모아야 하고, 그들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급히 마련해야 한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월 29일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됐다. 지난 4일에는 OLED, QD, 마이크로 LED, 나노 LED 네 가지 기술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됐다. 이제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도 포함돼 국가 대표 산업인 디스플레이를 전폭 지원해 주길 기대해 본다.

어떠한 형태의 굴곡을 가진 표면 위라도 쭉 늘여서 쫙 붙일 수 있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의 선구자로서, 우리 기업들의 또 한 번 도약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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