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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과학동아 2009년 05월호(박남규 교수, 유선규 학생, 이윤재 학생)

2009.05.06.l 조회수 24599

2009 05월호 - 세계 최강 연구실에 가다

광자(光子)로 기술문명 새 장 연다

| | 이정호 기자ㆍsunris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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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사랑~ 빛은 행복~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만들어 가요~
귀에 익은 한 전력회사 CF의 배경음악이 인터뷰 도중 귓전을 때린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서둘러 받은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박남규 교수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통화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다.
자세를 고쳐 잡는 박 교수의 얼굴에서 미안한 기색이 묻어난다. 그러고선 한마디 한다. “제가 하는 광자(光子) 연구의 목표를 제대로 보여주는 노래 같아서 다운로드 받았는데….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소소한 일상에서조차 빛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는 광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 교수를 4월 초 서울대에서 만났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논문 게재

박 교수는 최근 주목 받는 연구 성과 하나를 올렸다. 빛의 세기를 1억 배 키우는 혁신적인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의 공동 저자로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2월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 교수는 이 연구의 실험결과와 물리학적인 근거를 수퍼 컴퓨터를 활용해 해석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대식 교수 등과 함께 발표한 이 논문은 파장이 수 mm인 테라헤르츠파 영역의 빛을 폭이 수십 nm(나노미터·1nm 10억분의 1m)인 금속 나노 구멍에 통과시켜 빛의 세기를 1억 배 이상 증폭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내용을 담고 있다. 파장이 3mm인 테라헤르츠파를 폭이 50nm에 불과한 금속 나노 구멍에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금속 표면에 만든 나노 구멍이 마치 깔때기에서 물이 통과하는 것처럼 빛을 작은 점에 집속시켜 통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빛이 나노 구멍을 통과하면 금속 표면에서 전자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면서 구멍 주변에 전하가 모이는데, 이 전하가 형성한 전기장이 깔때기 효과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물은 깔때기의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진다. 마당에 심은 화초에 물을 줄 때 수도꼭지에 연결한 호스의 출구를 꽉 누르면 물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원리다. 하지만 빛은 속도가 빨라질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이 연구는 초고감도 센서나 태양전지 효율을 향상하는 데 응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선견지명으로 ‘나노광학 디지털 소자’ 연구

사실 박 교수는 나노기술을 응용한 광자 연구에 뛰어든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연구논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건 그의 선견지명 때문이다.
박 교수는 본래 광통신 시스템을 연구했다. 특히 1997년부터 2002년까지는 광증폭기 연구에 매진했다. 수백km 이어진 광섬유를 지나며 약해진 광신호가 잡음 없이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신호와 동일한 성질을 갖는 많은 광자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 과제였다. 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벤처기업은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 수천 대의 광증폭기를 판매했다. 그 뒤 2004년까지는 광자에 데이터를 실어서 많은 양의 정보를 멀리까지 잘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광 전송 분야에 집중했다. 광자 생성, 전송과 관련한 연구 이후 박 교수의 최근 관심은 광자로 연산 시스템을 만들려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연구의 수준이 점점 고도화된 것이다.
“현재는 나노 광자소자를 이용한 광학 컴퓨팅의 구현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노 단위의 연구가 시작된 게 이전 연구와는 가장 달라진 점이죠.
‘나노광학 디지털 소자연구’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박 교수의 현재 연구는 일반인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전자는 빛의 100분의 1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의 연구를 통해 전자 대신 빛을 쓰면 이론적으로 현재보다 컴퓨터 처리속도를 100배 높일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실용화되면 현대 문명에 극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재 전자업계에서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열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쓰이는 소자는 움직일 때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자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소자의 집적도가 계속 높아지면 언젠가는 반도체가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 등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전자와 광자의 장점을 조합한 기술을 내놓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나노 광학소자에 대한 연구가 응용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세밀한 검토와 과감한 결정으로 이 분야 연구에 신속히 뛰어든 게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전문가들은 2015년 경이면 광자를 이용한 소자가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 문명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박 교수를 포함한 연구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연구 찾으면 성공하기 마련

박 교수가 이 분야의 연구자로 살아가게 된 것은 응용 과학에 대한 강한 애정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벨 연구소, 삼성전자처럼 비교적 보통 사람의 삶에 바짝 다가선 연구를 하는 조직에 몸을 담았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소자개발에 매진하는 현재의 연구도 비슷한 흐름에 있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박 교수를 만든 건 현실에 충실하는 자세다.
“하루에 3시간 집중해서 연구하면 평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5시간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죠.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입니다. 보통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건 성공 확률을 따지기 때문인데, 어떠한 분야에서건 열심히만 하면 성공을 못할 수가 없다는 거죠.
박 교수의 제자 가운데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광자를 이용해 면역시스템과 암 연구를 하는 연구원도 있다. 이 연구원은 생물학 분야에는 별 다른 배경 지식이 없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연구 능력을 높이 인정받아 발탁됐다. ‘최고’는 분야를 막론하고 앞날이 열린다는 얘기다.
이는 박 교수 자신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석사 과정을 밟은 미국 브라운대에 당초 초전도체를 연구하려고 진학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광자 연구였다.
박 교수가 느끼는 ‘재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자신의 연구 분야에 흡수시킨 나노기술 자체가 그에겐 말로 다 할 수 없는 흥미로 다가온다.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알 수 없는 미래에 집착하기보다는 훨씬 생산적이죠. 노력하는 자신을 믿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고수의 비법전수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마라. 오늘을 값지게 살다보면 의미 있는 미래는 의외로 쉽게 열린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1인자가 되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http://www.dongascience.com/image/News/mark.gif




2009 05월호 - 내일을 향해 쏴라

'빛 패러다임'으로 반도체 한계 돌파

| | 유선규 서울대 전기 컴퓨터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ㆍ sk8513e@gmail.com |

지난 50년간 실리콘 공정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산업은 전자 산업 발전과 PC 보급에 발맞춰 급격히 발전해왔다. 한국 역시 D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으며, 수많은 자본과 인력이 지금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신호를 이용한 전자소자는 신호 처리 속도의 한계, 발열과 소모 전력의 문제 등으로 인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더 나은 성능을 위한 소자의 집적화는 더 많은 열을 발생시켜 소자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 전기 신호를 이용한 신호 처리를 넘어서는 새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빛을 이용한 신호 처리는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 산업의 형태로 발전해 왔지만 회절 한계에 따라 집적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공정 기술의 한계로 인한 난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정 기술이 발전하고 기술적 임계점에 다다른 전기 신호를 대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빛의 파장보다 작은 소자에서 나타나는 빛의 특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노 광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출현한 것이다. 빛의 특이한 현상을 보여주는 나노 구조의 대표적인 예로는 다른 특성의 유전체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특정 파장의 빛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광결정 구조, 금속과 빛의 상호 작용에 따라 금속 표면에서 전자의 공진과 빛을 결합, 한정시킬 수 있는 플라즈몬 현상을 들 수 있다.
나노 구조들은 규칙적으로 배열된 광결정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모르포 나비의 오묘한 색처럼 자연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이한 구조에서는 빛을 원래 속도보다 느리게 할 수 있는 ‘느린 빛’ 현상, 빛 에너지의 집속 현상, 빛이 음의 굴절률을 가지는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연구실은 그동안 광통신 기술, 그 중에서도 특히 광증폭기와 같은 능동 소자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다. 그러다 최근 기존 광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 광학으로 연구 주제를 전환했다.
기존 광통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 광증폭기를 이용한 전광 논리 회로, 느린 빛 광결정 구조를 기반으로 한 초고속 광 아날로그 디지털 변환기(ADC)를 개발하고, 금속 나노 슬릿 및 광안테나 구조에서의 빛의 집속 현상 등을 규명했으며,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공정과 측정 기술도 다른 연구실과 협력해 발전시켰다.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글로벌 연구실(GRL)과 우수연구센터(SRC)로 선정돼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저명한 학술지에도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나노 구조에서 나타나는 빛의 특이 현상을 발견, 이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대체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할 계획이다.

유선규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에 다니고 있다. 수치 해석을 통한 광결정 구조 논리소자 설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009 05월호 - 재미있는 전공 탐험

나노광학

| | 이윤재 서울대 전기공학과 3학년 ㆍ kensiny@paran.com |


지난 20년간 초고속 통신망의 핵심 소재였던 광섬유가 앞으로는 컴퓨터 칩 내부에서 광신호를 제어하는 시스템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 첨단 기술의 선두에는 나노광학이 있다.

나노광학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스케일에서 빛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한 금속 구멍을 통과할 때 빛은 특이현상과 비선형성을 나타낸다.
 

1 나노광학이 무엇인가요?
기존의 광통신은 빛이 다른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무간섭성과 입력 신호와 출력 신호의 크기가 같다는 선형성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나노광학은 극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빛의 특이 현상과 비선형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폭이 수십 나노미터(1nm=10-9m)에 불과한 금속 구멍이 있다면 빛은 이를 연속적으로 통과하지 못해 막혀있거나, 통과할 때는 응집돼 있 다가 마치 깔때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높은 에너지 밀도로 쏟아진다. 나노광학은 이러한 빛의 불연속성과 증폭기술을 이용해 광센서로 작동하는 트랜지스터와 광 연산장치, 컴퓨터 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투명망토, 느린 빛 등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현상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2 어디에 사용되나요?
현재 나노광학에서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사용하는 전기 배선을 나노광학과 기존의 광통신 기술을 결합한 광배선으로 바꾸는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광배선이 실용화되면 현재 기술적인 한계에 도달한 컴퓨터의 성능을 한층 높일 수 있고, 컴퓨터의 부피도 한결 줄어든다. 또 전자 소자를 이용했던 기존의 트랜지스터와 메모리를 광자 기술로 대체하려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이 외에도 나노광학은 바이오, 의료, 센서, 반도체, 통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가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및 통신, 전기, 전자 분야에서 실용화가 이뤄지면 중요하게 사용될 전망된다.

3 어디에 있어요?
기존에 광통신이나 광소자를 연구하던 국내외 연구실들이 최근의 기술추세에 맞춰 나노광학으로 연구 방향을 바꾸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관련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은 서울대, KAIST,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선문대, 이화여대 등이며 ETRI같은 국책 연구소에도 있다.

4 무엇을 배우나요?
광학과 관련해 전자기학, 양자역학, 통신 시스템 및 신호처리 기술, 전자물리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배경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고 새로운 현상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5 어떤 학생을 원하나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고 필요한 지식은 스스로 찾아서 채워나갈 줄 아는 진취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조합해 의미 있게 엮어낼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방식이라고 하겠다.

6 졸업 후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요?
대학원에 진학하는 목적과 나노광학에서의 세부 전공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장기적인 학업 및 취업 계획이 확립한 뒤 목적에 맞는 연구실을 찾길 바란다. 관련 연구의 응용분야와 기술개발 단계를 확인해보고 연구방식과 기술성격이 적성에 맞는지 검토해본다.
나노광학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첨단기술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용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연구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미개척분야다. 앞으로 나노광학을 공부한다면 첨단기술을 공부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7 취업을 선택하면요?
졸업생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회사, 국책연구기관, 대학 연구원이나 교수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연구의 성격이 기초인지, 응용인지 또는 이론인지 실험인지에 따라 다양한 분야, 형태로 취업 가능하다.

취재 한마디
나노광학은 현재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전기 소자 분야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연구 분야다. 광자(photon)가 관여하는 모든 물리계와 응용시스템을 연구하는 이 첨단 과학에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