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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에티오피아 대학 총장으로 가는 교수님의 특강(조선일보, 2011.9.30)

2011.09.30.l 조회수 20480
이장규 서울대 명예교수, 마지막 강의에 160명 몰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사회 생각하는 사람되길"


29일 오후 5시 20분, 서울대 신공학관에서 지난 8월 말 정년퇴임한 이장규(65) 전기공학부 명예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평소에는 150석 중 100석 정도밖에 차지 않던 강의실은 노교수가 모교에서 갖는 마지막 강연을 보러온 동료 교수 20여명과 학생 160여명으로 차고 넘쳤다. 이 명예교수는 다음 달 1일 에티오피아 국립 아다마 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하며 한국을 떠난다. 그는 "우리 전공 특성상, 수업에서 제자들에게 '이런 엔지니어가 돼라, 이런 사람이 돼라'하는 말을 못했던 게 아쉬워 오늘 자리를 갖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연 제목은 '나의 삶, 나의 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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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명예교수가 29일 서울대에서 ‘나의 삶, 나의 연구’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이 강의를 마지막으로 다음 달 1일 에티오피아 국립 아다마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사회를 생각하는 엔지니어가 돼라"고 했다. 안식년 중이던 1998~99년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 과학기술학을 배운 이후로 그에게는 '과학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키는가'가 화두가 됐다고 했다. 서울대로 돌아온 이듬해부터 '공학기술과 사회' 과목을 개설해 이 문제에 관해 학생들과 연구하고 함께 고민했다. 그가 정년퇴임을 앞둔 마지막 학기인 지난 학기에 개설한 과목도 이것이다. 그는 "1년, 아니 한 학기라도 숨 좀 돌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바로 떠나기를 결심한 것도 그 고민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날을 돌아보니 매주 80시간을 일해왔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학생들보다 더 공부를 많이 했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심정뿐이었다"고 말했다. "정년퇴임을 축하해야 하나, 위로해야 하나 묻는다면 당연히 축하해 주길 원한다. 후회 없이 일했으니까." 그러면서도 그는 후배들에게 "엔지니어들은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 쉬우니 가끔은 멈춰 서 좌우를 살펴보라"고 충고했다.

그가 총장으로 취임하는 에티오피아는 세계적인 빈국 중 하나다. 국립 아다마대에도 1000명의 교수 중 박사 학위 소지자가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그는 "60년대 말 내가 대학 다닐 때의 풍경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나 보니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우리 못지않게 강함을 느꼈고, 그래서 총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한국의 압축성장을 본받고, 이공계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시도하기 위해 이 명예교수를 총장으로 초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다마대 교수 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고, 6명의 학장은 전부 독일인 이다. 힘들 것이다." 전기공학부 차상균 교수는 "이분은 선교사의 마음을 갖고 떠난다"고 말했다. "총장실에 조교를 항상 모집하고 있을 테니, 우수한 서울대 학생이 많이 오길 바란다." 노 교수가 한국 강단에서 남긴 마지막 농담에 제자들은 기립 박수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