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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고] 정전피해 예방,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동아일보, 2012.1.11)

2012.01.11.l 조회수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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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동장군의 위세가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예비전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력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전기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9월 15일 유례없던 순환정전으로 불편을 겪으면서 국민경제 활동에 있어 전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바 있고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울산 석유화학단지 정전과 울진원전, 고리원전의 잇따른 고장으로 겨울철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단지 입주 기업들은 변전소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어 수백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고장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전력설비 고장과 정전을 보면서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자가 ‘주자십훈’에서 ‘安不思難敗後悔(안불사난패후회·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나 손쉽게 전기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로 불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선에 낙뢰가 치거나 다른 물건이 닿는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고 발전소와 변전소 내 기계장치나 고객 소유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정전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이중선로나 비상발전기를 미리 마련하는 등 정전 대비 조치를 충분히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자는 전기공학 전공자로서 평소 생각했던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 전기 공급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전은 여수와 울산 석유화학단지 정전사고를 교훈 삼아 중요 산업단지와 같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와 변전소의 설비를 보강하고, 노후화된 설비는 적극 교체하는 한편 수시로 설비를 점검해 정전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전력설비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님비(NIMBY)형 민원도 효과적으로 해결해 적기에 전력 공급설비가 확충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나 석유화학 업종 등 정전 시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대형 산업체의 경우 기업들이 이중으로 전선로를 설치하여 전기를 공급받거나 비상발전기,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 등 자체 비상전원 보호장치를 설치하고, 구내 수전설비의 재정비와 유지 보수를 철저히 하여 정전 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전이나 기업들에 전력설비 기자재를 공급하거나 설치하는 제조업체와 시공업체는 고품질의 자재가 적정하게 설치돼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 순위는 세계 34위였으나 전기의 질을 나타내는 호당 정전시간은 15분으로 세계 2위다. 선진국인 미국의 138분, 프랑스의 78분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대국인 미국이나 프랑스가 자본과 기술이 없어서 우리보다 낮은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요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품질 좋은 전기를 사용하는 주요 기업들의 피해 보상비용을 일반적인 전기사용자의 요금 부담으로 떠안기는 전력 공급정책은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책 입안자와 전력 공급자, 설비 제조업자, 시공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때 정전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다.

박종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