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창희 교수, LCD 명가, 일본 샤프의 몰락을 보며(전자신문,2016.03.06)
[이창희 교수]
학창 시절에 연필을 쓰다가 연필심을 갈아 끼워 넣을 수 있는 ‘샤프펜슬’을 쓰니 무척 편리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샤프펜슬은 현재 액정표시장치 LCD로 유명한 일본 샤프의 창업가 하야카와 도쿠지가 101년 전인 1915년에 발명했다. 샤프펜슬은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일반명사가 됐다. 샤프라는 회사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하야카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창조에 대한 열정으로 “다른 회사에는 없는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 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샤프펜슬 성공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1923년에 발생한 간토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해 일본 최초로 1925년에 라디오, 1953년에 TV, 1962년에 전자레인지를 각각 양산했다. 1973년에는 세계 최초로 LCD 표시창이 있는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개발하면서 LCD 산업을 주도, ‘액정의 샤프’로 불려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샤프는 액정 사업 적자로 무너지게 됐다. 지난달 말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샤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우발채무 문제 때문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지만 예정대로 샤프는 폭스콘에 인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LCD 세계 명가 샤프가 애플 아이폰의 하청업체에 불과한 폭스콘에 인수된 것은 ‘휴대폰의 노키아’가 몰락한 것과 같이 성공의 역설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서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을 잘 보여 준다.
LCD는 성숙된 기술이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혁신 기술이 부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샤프는 LCD 1위 기업이라는 자만에 빠진 채 LCD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과잉 생산과 국제 경제 위기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 마침내 회사를 넘기게 됐다.
이와 같이 시장과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100여년 역사의 샤프가 몰락한 것은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업체에도 좋은 교훈이 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LCD 제품을 처음 생산한 이후 빠르게 선진국을 추격했다. 10년 만인 2005년에는 LCD와 OLED 세계 시장 1위라는 성공 신화를 이뤘다. 특히 선진국 기업들이 상용화를 적극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상용화에 성공, 세계 시장 점유율 100%라는 놀라운 성공을 이룩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OLED 프런티어 포럼’에서는 20여년의 우리나라 OLED 연구 개발 과정을 돌아보고 미래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성공 요인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서 OLED 가능성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투자한 경영자 리더십과 연구자들의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이 OLED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위협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도 추격해 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폭스콘이 샤프를 인수하고자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아이폰에 사용될 OLED의 핵심 공급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즉 샤프를 인수하면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제 우리는 디스플레이 분야 ‘선도자(first mover)’로서 잉크젯 프린팅 기반의 OLED 제조 기술,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기술 등 미래의 파괴적 혁신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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