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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알파고는 빅데이터 시대 혁신의 상징(문화일보,2016.03.16)

2016.03.21.l 조회수 17960

[차상균 /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 빅데이터연구원장]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1 대 4로 끝남에 따라 빅데이터 시대를 이끌어갈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알파고의 이런 성과는 구글이 영국 런던대(UCL)에서 창업한 딥마인드를 인수한 지 2년 만이며, 데미스 허사비스가 딥마인드를 창업한 지 5년 만이다. 구글은 2014년 10월 옥스퍼드대의 딥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 벤처인 다크블루랩스와 컴퓨터 비전벤처인비전팩토리를 추가로 인수해 딥마인드에 합류시켰다.

지난 2013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이온 스토이카 교수는 제자 마테이 자하리아 박사의 논문 연구 결과인 인메모리 고성능 빅데이터 기술 ‘스파크(Spark)’를 상용화하기 위해 1390만 달러(약 165억 원)의 투자를 받아 데이터브릭스를 창업했다. 스파크가 고성능 딥러닝 구현 등 그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회사는 2014년 3300만 달러(약 393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으며, 최고기술책임자(CTO) 자하리아 박사는 2015년부터 매사추세츠공대(MIT) 조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함께 전 세계는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산업을 지배하게 되는 산업 구조 혁신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변화의 중심에서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빅데이터 시대의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지능화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하다. 전통적 기업의 내부 R&D와 정부 주도의 전통적 산학연(産學硏) 협력 구도로는 이러한 무한 경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반면, 대학에서의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 실용적 R&D,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선진국과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제1의 드론 기업 DJI도 홍콩과학기술대의 실험실 창업 기업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빅데이터 시대를 이끄는 거대 기업들은 자체 역량으로 대학 벤처의 창의성과 유연성,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딥마인드와 같은 벤처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한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자체 연구소를 통해 훌륭한 연구 결과를 낸 기업들도 연구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구와 비즈니스를 더 밀접하게 연결하기 위해 지난 1991년부터 22년 동안 연구소를 이끌어온 설립자를 2013년 교체한 바 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서울대의 벤처가 글로벌 기업 SAP에 인수된 후 SAP HANA를 개발할 때까지의 기술 혁신 과정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해서 내재화하는 과정과 똑같다. 대기업은 자체 역량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 힘든 ‘혁신가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추종자 위치에서 혁신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배워야 할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돼 있는 정부 주도의 기업, 연구소, 대학을 연계한 무거운 R&D 구도로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산업의 씨앗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무거운 구도가 창의성과 속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대·고려대 등 5개 대학이 전문성과 수월성을 희생하는 현행 연구 평가의 제도적 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글 알파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의 미래 산업 씨앗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 기술 혁신 패러다임 설정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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