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신두 교수, "창의적 기술융합의 미래, 결국은 사람"(허핑턴포스트,2016.05.24)
'한국 디스플레이의 살아있는 역사,' 'LCD의 아버지'. 한국이 디스플레이산업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서울대 전자공학부 이신두 교수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디스플레이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인공홍채를 개발해 세간의 놀라움을 샀다. "원래 과학은 경계가 없고 이 경계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관악산 아래 연구실로 찾아갔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현주소, 창의와 융합의 기술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그의 교육론을 주제로 열띤 강연의 장이 펼쳐졌다.
- 광학회의 석학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광학이란 무엇인가?
= 광학의 '광'은 빛을 의미하는 광(光)이다. 즉, 빛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빛은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전자파를 의미한다. 사실 전자파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전기와 빛(광학)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맥스웰이라는 사람이 전파와 빛을 조합하여 새로운 전파방정식(파동방정식)을 도출하여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전자파라는 개념인 것이다. 이 전자파안에는 서로 다른 파장이 존재하는데, 그 파장 가운데 사람의 눈에 보이는 파장을 빛이라고 한다. 3800 옹구스트롬(1/1억 ㎝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7200 옹구스트롬 사이에 있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광학이란 전자파 중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 즉 빛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광학회원의 석학회원이 되셨다. 석학회원의 의미는?
= 광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학회가 광학회다. 미국 광학회는 1919년 만들어졌다. 사람의 눈과 관련한 모든 연구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라 아마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학회일 것이다. 총 1만 9천 명 정도가 된다. 이들 중 분야마다 1년에 10여 명만 펠로우(fellow), 즉, 석학회원으로 인정해준다. 한국의 경우 광학 분야에 선구적인 학자들이 매우 많다. 광학회의 한국인 석학회원이 2~30명 정도가 될 것이다.
- 벨(Bell) 연구소를 그만두고 한국에 오셨다고 들었다. 국가에 공헌하기 위해서라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 1992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사실 그때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집사람이 독성학으로 의학박사를 받아 MIT에 취직을 했다. 그리고 저는 특허 변호사를 하면서 미국에 살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에서 연락이 와서 자꾸 오라고 했다. 또 많은 분들이 어렵게 공부한 내용을 갖고 국가적으로 공헌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좋은 연구능력을 가진 교수들을 모집하려는 시도가 많았고, 서강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제가 서강대에 가면서 서강대가 액정물리학의 한국 본산처럼 되었다.
- 우리는 늘 TV나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며 살지만 정작 이 TV 모니터의 디스플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 사람들이 액정(디스플레이)를 특별한 물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는 상(常) 중 하나다. H₂O라는 물질을 보자. 이것은 산소 하나에 수소가 2개 붙어는 물질이다. H(수소)와 O(산소)로 이뤄진 H₂O라는 분자에 집중하는 연구는 화학이다. 액정이란 이 분자가 길쭉한 형상으로 만들어진 그 자체를 의미한다. 액정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모든 분자들은 이 액정상을 가질 수도 있고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굵기와 길이에 따라서 그 형상이 결정되는데, 실과 같이 길고 얇은 분자는 유연해서 엉기게 되어 액정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길쭉한 형상의 액정상이 한 방향으로 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 많은 원천기술을 개발하셨다. 디스플레이에 가장 애착이 가시나?
= 응용물리학회보(Applied Physics Letters)라는 학회지가 있다. 물리학계에서는 네이쳐만큼 유명한 논문 저널인데, 여기에 1996년 제 논문 하나가 실렸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액정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였다. 이 논문을 토대로 삼성전자와 협업하여 1998년 12.1인치 화면의 3세대 노트북 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2000년 이후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나아가 한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이 2000년 이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계기가 된 중요한 분기점이다. 제가 지난 20년 간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이신두 교수는 단 하나의 기초연구에 30년 투자하는 일본과
정부지원에 의해 연구도 유행을 타는 한국을 비교하며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요즘 노벨상 이야기가 많다. 정부가 학자들의 노벨상 수상을 장려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여러 투자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성과도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고, 일각에서는 노벨상 수상이 곧 국익 증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란 비판도 제기하는데?
= 노벨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1980년대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이야기한다. 당시 한 연구소를 방문하였는데, 1950년대 일본의 한 연구자가 새롭게 한 물질을 발견한 이후 30년 넘게 계속 정부의 연구지원을 받고 있는 연구소였다. 아주 작은 규모라도 연구지원을 수십 년간 이어오며 언젠가는 그 결실을 맺게 하는 일본의 기초학문 지원체계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떤가? 경제성장, 신사업 R&D, 노벨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 분야에 과도하게 특정 시기에만 투자한다. 장기적 시각은 없다.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전공과 상관없이 연구비가 나오는 곳에 유행처럼 몰린다. 92년도에 제가 처음 액정물리학을 할 때 한국에 연구자는 10명 정도였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산업이 돈이 되고 정부의 연구비가 대거 투입되니까 불과 몇 년 사이에 한 연구실이 100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뿔뿔이 흩어진다. 기초과학의 안정적 연구가 이뤄질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편 디스플레이 자체가 사양 산업군으로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형패널은 2014년 이후 출하대수 기준 시장규모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중소형패널이 들어가는 모바일 분야 역시 성장세가 둔화세이다(애플의 성장세도 2016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론 한국에 이런 산업 분야가 한 둘이 아니다. 5대 수출품목이라는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등 세계적으로 둔화세가 아닌 품목이 없을 정도인데,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우리의 고도성장은 장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와 같은 신흥국이 우리의 기술수준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일본의 엔저, 유가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주력산업의 위기가 가속화된 것이다. 주력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다. 성장 저하, 실업 증가,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과거 우리의 성장방정식인 대량생산-완제품 수출이라는 산업구조만으로는 돌파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구조는 강소기업육성을 통한 자연스런 변화가 필요하다. 강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면 경제위기에서도 이들이 히든챔피언으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
- 중소기업 육성은 모든 정부가 추진해온 역점사안이다. 박근혜 정부도 히든챔피언 육성계획을 입안하였다. 그런데 결국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얻으려면 중소기업 스스로 더 노력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계형과 고부가가치형 업종 간 일자리 질에 대한 양극화 현상도 심하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도 자기만의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 저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오픈 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은 기업 안팎에 연구·개발·사업화의 전 과정을 개방하고 자유롭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움을 추구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참여자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바로 그런 생태계를 구현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폐쇄적 OS를 고수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호환성과 범용성 면에서 안드로이드만 못하다. 우리 중소기업이 나가야할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오픈이노베이션 분야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세계화 속 현지화도 중요하다. 국가단위로 규정하는 개념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고,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을 수출하여 현지화시키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 우리나라 소재 관련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다. 고급 노동력이 부족하고 수급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산업 환경이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영세한 소재기업들이 전문화되고 과도한 상호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와 병행해 첨단소재에 대한 기술력과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다. 모든 국책연구소들의 특허 등 산업재산권을 하나의 기관으로 일원화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신기술 벤처창업이나 중소기업 기술고도화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체제가 정립돼야 한다. 더 나아가 첨단소재 국가연구개발사업 초기부터 공급업체-수급업체 참여형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재부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공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신규시장을 조금이나마 만들어야 최소한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순히 소재 복제를 통한 국산화나 외자유치를 통한 단기간의 기술습득보다는, 신소재 개발이나 기존 기술의 지속적 축적을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한다.
- 정부의 현재 기술정책이나 산업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진단하나?
= 한국의 내수시장은 제한적이다. 우리가 3만 불을 넘어 4만 불, 5만 불의 국민소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많이 하는 것 외에는 사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나 총리실의 경제나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협소한 내수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타이틀만 있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과학기술의 통합적 정책은 없다.
- 대안을 제시하신다면?
= 수출과 과학기술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매칭시키면 ICT 외교, 기술국제협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은 소규모 개방경제, 기술흡수국이란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술 벤처가 국내시장에만 치중하며 중국의 기술 추격도 거세다. ICT 외교를 중심으로 한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ODA(정부개발원조) 활동을 하긴 한다. 그러나 KOICA(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1조 5천억 원을 쓰고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 우리가 잘 한다는 ICT를 외교에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 과학기술외교의 전문 인력을 확충하여 ODA 사업의 지속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 우리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있나?
= 대부분의 국가가 이미 ICT 외교를 하고 있다. 그중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미 국무부에는 과학기술자문관실을 설치하여 외교에 있어서 기술정책을 2000년부터 이미 실행해오고 있다. 신진과학자를 정부부처 곳곳에 배치하기도 하고, 해외대사관에 파견하기도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자국의 뛰어난 과학자를 진출시켜 과학교육이나 기술이전 협력 등을 통해 국격 또한 크게 높이고 있다.
- 주제를 조금 바꿔보자. 한국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중국의 기술 추격 문제는 요즘 단골 주제다. 한국의 산업기술을 선도해 온 공학자의 눈으로 볼 때, 우리의 기술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피부로 위기감을 느끼고 계시나?
= 저부터가 중국 스촨대 객원교수다. 중국은 지금 특별한 혜택을 주면서 세계에 흩어진 자국민 과학자, 해외 유수의 연구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역별, 대학별로 전문분야를 특화해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내려오고 있다. 자오룽대는 LCD, 스촨대는 3D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식이다. 기업들은 지적재산권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다. 얼마 전 우리가 개발한 OLED가 미래 디스플레이의 선도 기술이라고 하는데, 중국이 이런 기술력 확보하는 시기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앞으로는 중국을 당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신산업이란 항상 자연과학과 공학의 접점에서 탄생한다. 전혀 새로운 것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내놓는 곡면 디스플레이나, 3D웨어러블 등은 비슷한 기술의 변형된 형태의 패널이다. 이런 것을 만들어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디스플레이 뿐이 아니라, 조선,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산업군이 이런 위기감에 휩싸인 것 같다. 우리가 선도할 만한 유망산업을 꼽을 수 있을까?
= 미래 유망소재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최근 자연의 모형이나 시스템, 과정 및 구조를 모방하고 영감을 얻는 생체모방이 21세기의 중요한 관심사다. 동물, 식물, 곤충 등의 생체구조나 기능을 모방해 고감도의 감각 센서와 인지·감성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연의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도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적용한다면 차세대 전자기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체모방적 접근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간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U-헬스산업이라고 해서 환자와 병원, 의료진과의 연결성을 높여주는 산업군이 새롭게 뜰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서비스 로봇이나, 종자산업, 가상현실 역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분야라고 본다.
- 결국 기술간 융합이 핵심인 것 같다.
= 저는 과학을 가르칠 때 재미있게 가르치려 한다. 대학생들이지만 사실 어려운 수식이 필요 없다. 가스 상태에서 빅뱅이란 폭발이 일어나고 우주가 만들어졌다. 이런 원리를 기본적으로 잘 꿰고 있어야 한다. 젓가락질을 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물은 4℃일 때 가장 무겁다. 다른 물질들은 모두 고체상태일 때 가장 무거운데, 물은 고체상태가 아닌 4℃일 때 가장 무겁다. 만약 얼음이 무겁다면 강바닥은 바닥부터 얼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4℃의 물이 무거우니까 언 강물이 위에 뜨는 것이다. 자연과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활 속 지혜를 모으는 교육, 그것이 곧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이런 원리를 꿰찬 공부를 하다보면 생뚱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만날 수식 외우고 공부한다고 해서 창조경제 되는 것 아니다.
이신두 교수는 30년 전 벨연구소 연구원 당시 사용하였던 논문을 지금도 들춰본다.
- 창조경제에 대해 언급하신 김에,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 창조경제를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
= 제가 개발한 인공홍채를 보자. 평생을 연구해온 LCD의 핵심소재인 액정으로 인공홍채를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이 아니다. 액정은 빛에 의해 두께 조절이 가능한데, 이 원리를 활용하여 홍채주름을 빛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제가 잘하는 기존기술을 다른 영역의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창조경제도 이렇게 가야한다.
'창조경제'의 핵심도 결국은 인재다. 인재는 5년 만에 크지 못한다. 과도한 평가 위주의 시스템,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창의력 있는 인재가 생길 수 있다.
- 결국 교육 시스템의 전환이 우리 산업기술 정책 전환에 핵심이라는 뜻인가?
=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초등학생 때 적분을 풀면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왜 개미는 줄지어 갈까,' '꿀벌은 자기 집을 어떻게 찾아갈까'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습관을 들이면 창의력은 덤으로 생긴다.
입시일변도의 교육체계를 탈피해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와 과학기술의 융합, 이종산업 간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있어 사람이 핵심이다. 지식의 융합과 기술의 혁신, 더 나아가 창조적 사고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고유영역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계 전반이 동반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 국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는 우리 산업의 미래를 말하며 줄곧 교육을 강조했다. 기승전'교육,' 그와의 인터뷰가 남긴 여운이다. 사람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한반도에 유일한 자원이라고 누구나 이야기한다. 쉽게 뱉은 말은 쉽게 흩어지는 것인지, 21세기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장기적 안목을 갖고 교육정책을 논했는지 머리 속에 물음표만 가득하다. 결국 우리 산업계엔 인재육성이란 기치만 나부끼는 가운데 대학을 직업교육소로 만들자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시작하자마자 한 때 대한민국을 이끌던 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라는데, 이 칼바람에 스러져나갈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또 다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뿌리까지 메마른 나무에 물만 붓는 것은 아닌지,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가지마저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제환경도, 시대도 바뀌었다. 우리의 대응또한 바뀌는 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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