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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서울대공대가 선정한, 미래를 이끌 7대 기술(매경,2016.12.30)

2016.12.30.l 조회수 18206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 파장은 200~300년 전 유럽에서 시작한 산업화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 세계적인 경쟁은 시작됐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에서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핵심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로봇, 3D, 프린터, 드론 등 생산성을 높여줄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

 이 같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일상에서도 감지된다.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AI가 인간을 꺾었고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홍채나 지문인식 등을 활용한 생체인식 기기가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탑재됐고 무인항공기(드론)가 하늘을 날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변화의 미풍이 불고 있다. AI와 IoT, 로봇 등을 축으로 생산 과정의 최적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에는 생산량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문제, 실업과 잉여노동인구 관리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대 공대(학장 이건우)는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미래를 이끌어갈 7대 기술'을 선정했다. 앞으로의 '먹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대비하자는 의미다. 기술 선정은 이 학교 전기정보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에서 올해 2월부터 교수·동문·학생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투표를 통해 뽑았다. 이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뽑은 미래 기술의 현재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어VR /사진 제공=삼성전자
▲ 기어VR /사진 제공=삼성전자

컴퓨터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을 재현(VR)하거나 사이버 공간의 정보를 현실에 추가(AR)하는 기술을 말한다. 게임, 모의훈련, 엔터테인먼트, 영화,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VR 기기를 쓰는 순간, 눈앞에는 지금껏 전혀 본 적 없던 세계가 펼쳐진다. VR 속에서는 관광객이나 우주비행사, 게임 캐릭터나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VR에서 가상 인물이나 물체와 서로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려면 사용자의 움직임과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AR은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을 합치는 것으로 '포켓몬고'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사용자의 움직임과 의도를 정확히 추정하고 파악하지 못한다. 픽셀 격자가 보일 만큼 해상도가 떨어지고, 완벽하지 않은 영상기술과 광학기술 때문에 색수차와 영상 왜곡 현상도 심하다. 신체가 움직이는 것만큼 화면이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아 메스꺼움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점이 해소돼 좀 더 실감나는 가상세계가 탄생할 전망이다. 조남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좀 더 자연스러운 VR와 AR를 위해 지금까지 한계에 부딪힌 문제점을 해소할 기술과 질 좋은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면서 "VR가 너무 실감이 난다면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매력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실제 세상과 구분을 못 하고 많은 시간 동안 매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 기술(생체모방·지능·의료 등)

 지능형 로봇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체모방 로봇 기술은 인간, 동물 등 생체 특유의 구조와 메커니즘 및 다양한 기능을 모사하는 로봇으로 기존 로봇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융합 기술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뒤,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지역에서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사람의 능력을 따라가기에 많이 부족하다. 마치 느린 화면을 재생할 때처럼 행동이 굼뜨고, 발과 무릎에 달린 바퀴에 의지해야 한다. 스스로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없어 외부에서 사람이 명령을 내려 조종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처럼 인지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지능력과 사고능력,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로봇이 학습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또 AI 기술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거나 기억하고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개발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기술을 적용하면 로봇의 운동 능력도 사람 이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미래에는 요리하는 로봇, 빨래 개는 로봇, 간병하는 로봇 등 사람과 함께 교감하고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로봇이 나올 전망"이라며 "우리 삶에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맞춤형 건강의료 기술

 유전체를 포함한 다양한 생체정보를 분석해 개인에게 딱 맞는 질병 예방·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학 기술을 말한다. 인간의 건강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는 더 발전한 고해상도 의료영상기기가 빠른 시간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하게 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영상이나 대사영상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결합되거나, 영상을 찍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병변을 치료하는 영상·치료 융합기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서종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및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는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병리학적 변화를 설명하는 진단이 늘어날 것"이라며 "치료도 개인 맞춤형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자동차 기술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사진=AP연합
▲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사진=AP연합

자율주행 및 전기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자동차 기술은 에너지, 물류, 로보틱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교통사고를 대폭 줄이고 노령화 사회에 필요한 편리한 이동수단을 제공하며, 공유 경제 등 새로운 사회경제체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기술은 초기 연구 수준을 지나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40년께에는 전 세계 차량의 75%가 자율주행차량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됐고,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주행하는 기술은 양산 직전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아우디는 2016년 초에 800㎞가 넘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이미 일반 도로에서 500만㎞가 넘는 주행기록을 달성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특히 최근 5년 사이에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미래에는 센서와 통신, AI 기술 등의 발전으로 자율주행은 결국 사람보다 뛰어난 수준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0년 뒤쯤에는 사람보다 더 안전하고 합리적이며 융통성 있게 운전하는 자동차가 탄생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일을 금지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며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프로그래밍 해둔 방식대로 작동할 것이므로 자동차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행하기를 원한다면 인간의 합리적 행동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기술

 빅데이터 기술은 센서, 개인, 환경들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하여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광고시장이다. 현재 대용량의 상품 데이터, 고객 데이터, 고객·상품 상호작용 데이터가 쌓이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는 회사가 점점 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 아마존은 고객의 기존 구매 내역을 토대로 각 사용자의 개인적인 선호도를 정확히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배송 시스템도 향상시켰다. 최근 등장한 '예측 배송시스템'은 상거래 내역 빅데이터를 분석해 각 제품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 주문될지를 예측한다. 그리고 제품을 사전 주문해 적절한 장소로 배송시켜 시간을 단축한다.

 미래에는 빅데이터의 활용 분야가 훨씬 넓어진다. 이미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를 생성하는 다양한 기기와 도메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가정용 네트워크 장비 등에서 실시간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및 예측 기술은 신속한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강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빅데이터가 물건을 광고하거나 판매하는 분야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즐겨 하는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사람의 향후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행동 변화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 기술(IoT, Cyber-Physical System 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물들을 연결해 실제 시스템 및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우주산업 등에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기반 기술이다.

 현재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이미 100억개가 넘는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앞으로 2020년까지는 300억개가 넘는 기기와 센서가 연결될 것으로 추정된다. IoT 시대는 이미 도래해 있다. 홈 IoT 기기와 서비스도 늘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이나 창문 열림 감지기, 가스 안전기, 전기 플러그, 조명기기 및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미래에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이 더욱더 많아져 결국 전 세계를 거대한 신경계처럼 만들 전망이다. 최성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접목돼 AI의 신경계 역할을 할 전망"이라며 "미래 컴퓨터는 사람의 신경망처럼 IoT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람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 기술(AI, Deep Learning 등)

 인간 신경망 및 두뇌를 컴퓨터로 실현하는 기술이다. 컴퓨터비전, 자연언어처리, 로봇제어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체 혹은 보완하는 기술로 미래 모든 지능형 서비스의 핵심이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 세상을 놀라게 했다. AI는 빠르게 인간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최근 AI가 가장 빨리 상용화되고 있는 분야는 '음성기반 대화형 개인비서 로봇'과 '챗봇' 분야다. 2011년 애플에서 '시리'를 내놓은 이듬해, 구글은 지능형 개인 비서 '구글 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능형 개인 비서인 '코타나'를 발표했다. 2015년 아마존은 스피커로 대화할 수 있는 '에코'를 내놨다. 챗봇은 귀와 입만 갖춘 로봇으로 텍스트나 음성기반의 언어만을 사용해 사람과 소통한다. 앞으로는 여기에 눈을 달고 시각 인지 기능을 갖춰, 사람과 주변 환경을 인식해 좀 더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할 전망이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팔과 손을 달고 제스처를 하면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감성과 사회성을 표현하는 인간형 소셜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러한 로봇들이 앞으로 훨씬 고차원적인 지각, 인지, 행동 능력을 갖춰 사람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대 공대는 한국을 견인한 10대 기술도 선정했다. 학교 측은 한국의 '현재'를 있게 한 기술로 △가전 △디지털 TV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이동통신 △인터넷 △자동화 △컴퓨터 게임 △평판디스플레이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술 등을 꼽았다.

 현재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지진'을 알리는 '전진(前震)'과도 같다. 서울대 공대는 최근 발간한 백서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고 중국 등 주변국은 우리를 쫓아오거나 이미 많은 분야에서 추월한 상태"라며 "특히 미래 산업을 책임지기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를 주도해나갈지 아니면 휩쓸려 떠내려가 버릴지를 좌우할 '골든타임'은 오늘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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