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승용 교수, 전기공학계 넥스트 리더(전기신문,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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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고온 초전도 기술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퀜치 문제는 고온 초전도 연구 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이자 걸림돌이었습니다. 열 침입이든, 운전 실수든 퀜치는 언제나 말썽이었고, 학계에서 퀜치 보호에 대한 질문은 금기나 마찬가지였어요. 대책이 없으니까요. 사실 해결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요. 본래 테이프 형태의 초전도 선재를 두루마리처럼 말아 절연 처리를 했는데, 절연을 하지 않는 거죠. ‘무절연 고온 초전도 권선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아이디어 하나로 절대 보호할 수 없는 초전도 시스템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 패러다임이 바뀐 거예요.”
한승용 서울대 교수는 “퀜치 시 절연체는 전류의 흐름을 막는다. 무절연 권선은 퀜치가 나도 전류가 다음 턴으로 넘어가도록 만들어줘 코일이 타지 않게 된다”며 “초전도 선은 본래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로 운전할 수 있고, 재료도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스템은 퀜치가 두려워 낮게 운전해야 했다. 무절연 권선법으로 퀜치 문제가 해결되자, 브레이크 없이 빠른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끝판왕’을 꼽자면,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실험을 했던 적 있어요. 0.6m의 고온 초전도 자석을 만들고 액체 질소상에서 다양한 자극을 주고 퀜치 발생 여부를 확인했죠. 코일에 못을 박고, 전기 드릴로 드릴링을 하는데도 타지 않고 정상 운전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은 저조차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한 교수는 MIT 연구원 시절인 2010년 무절연 권선법을 제안했고, 연구 책임자로서 관련 연구팀을 이끌게 됐다. 그리고 한 교수 연구팀은 고온 초전도 자석 중 세계 최고의 자기장을 내는 26.4테슬라 마그넷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15년 미국국립고자기장연구소로 자리를 옮길 때 26.4테슬라 고온 초전도 자석을 개발했다고 하니, 자석을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자석의 길이는 17cm에 높이는 33cm였는데 제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가져왔다는 말을 전했죠. 크레인을 준비했냐고 묻더군요. 수백kg에서 톤단위로 오르는 저온 초전도 마그넷을 생각한 거죠. 연구소 디렉터가 자석 실물을 본 후 바로 노 인슐레이션(No Insulation) 팀이 만들어졌고,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지금도 공동연구를 통해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한 교수는 40테슬라 이상의 고온 초전도 마그넷을 개발, 세계 신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세계 최초 고온 초전도 자석 판매 실적, 세계 최초 고온 초전도 상업 시스템 활용, 고온 초전도 기술의 세계 최초 국가 대형 프로젝트 투입 등 다양한 기록에 관여하고 있다.
“고온 초전도는 발전, 송전, 저장, 변환 등 전력분야뿐 아니라 의료, 환경, 교통, 국방 등 다양한 곳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특히 초고자기장 MRI와 10MW 이상의 풍력발전기 등으로 활용할 경우 경제적 가치와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MRI로 확인할 수 없던 병을 발견할 수 있고, 기가와트급 윈드팜의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학자이자 엔지니어로서 제 꿈은 기술로 사람을 살리고, 친환경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연구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