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혁재 교수, 中 반도체 추격, R&D 투자로 따돌려야(문화일보,2018.07.26)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반도체 전공
최근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에 9달러 이상이던 D램의 현물 가격이 최근 8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올해 초 대비 17.5% 하락했다. 이렇게 지난 2년여 동안의 반도체 슈퍼 호황이 끝나고, 치열한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을 하는 치킨 게임의 시기가 다가온다는 전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5737억 달러의 17.4%를 차지하는 버팀목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발표한 영업이익 14조8000억 원 가운데서 반도체 사업부의 비중이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응용에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함에 따라 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D램의 70% 이상, 낸드플래시의 45% 이상이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앞세우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는 큰 위협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지난해 2601억 달러의 반도체를 수입, 전 세계 반도체 제품의 65%를 소비했다. 중국은 현재 10%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가 177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며,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중국 푸젠진화반도체가 오는 9월부터 D램 양산을 시작하며, 칭화유니그룹에서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오는 4분기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있지만, 일단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기술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중국 D램 업체의 생산물량이 42만 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큰 타격이 국내 업체에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올해 LG디스플레이가 2분기에만 228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한때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 오던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가 절실한 시기다. 우선,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 저가 공세에서도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작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메모리 소자 및 응용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위탁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파운드리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의 활성화가 중요하므로 대기업과 정부, 중소기업, 연구소 및 대학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중요하다. 대기업의 투자와 더불어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기업 창업 활성화, 반도체 기술 인력 양성 및 기반 기술의 개발을 위한 R&D가 함께 이뤄질 때 시스템반도체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다가올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제2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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