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경무 교수, 최기영 과기-현장 전문가 ‘AI 산업 전략’ 긴급좌담회(동아닷컴,2019.11.01)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31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운데), 최예진 워싱턴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한국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의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최 장관은 이날 “AI 관련 학과의 대학교수들에 대한 사기업 겸직 제한을 풀어 연구역량과 기업의 현장경험이 섞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만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이 미국과 중국 등 선발 주자보다는 2년가량 뒤처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 승부를 걸어볼 기회가 많이 남았다”고 했다. 최 장관은 이날 한국과 미국 AI업계를 대표하는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예진 워싱턴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함께 좌담회를 열고 연말에 발표할 ‘AI 국가전략’의 얼개도 공개했다.
AI 국가전략에는 AI 관련 학과 교수의 민간기업 겸직 제한을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안도 포함됐다. 현재의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 교수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겸직하지 못한다. 다만 벤처기업육성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벤처기업 대표가 될 수는 있고, 총장이 허락한 경우 사립대 교수들은 영리 업무를 겸직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나도 교수지만 민간연구소인 앨런인공지능연구소 선임 연구관리자를 겸직하고 있다”며 “현재 AI 업계 선도국인 미국은 이 같은 겸직을 허용한다. 해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빨리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한국의 강점은 무엇이고 한국형 AI는 어떤 식으로 가야 하나.
▽최기영 장관=현재 AI 분야 글로벌 1위는 미국이다. 전문기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비해 2년가량 뒤처져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뒤집을 수 있는 격차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특히 AI의 밑바탕이 되는 반도체에 강하다.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 따라 글로벌 IT 강자도 인텔(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ARM(임베디드), 엔비디아(GPU)로 바뀌어갔다. 이런 흐름에 우리가 올라타야 한다. 하드웨어의 강점을 살려서 반도체와 AI 산업의 결합을 이뤄 나가려고 한다.
▽이경무 교수=어차피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제한적인 시간과 인력 사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하드웨어의 강점을 살리되 이것이 소프트웨어로까지 이어지는,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 포지션을 만들어가야 한다.
Q: 12월에 발표할 예정인 ‘AI 국가전략’엔 어떤 내용이 담기나. 관련 분야에 내년 1조7000억 원이 편성된 예산안의 운용 계획은….
▽최 장관=교육, 산업, 정부, 인프라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선 교육부와 협의해 초중등 교육과정을 AI 친화적으로 개편한다. 대학에선 AI 관련 학과 교수의 겸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협의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선 제조와 의료 등 각 분야에 AI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찾고, 정부도 디지털 정부를 제공하겠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데이터 등 핵심 자원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AI 칩 기술 기반에 투자하겠다. 이 같은 신산업 부문을 우리끼린 ‘DNA’라고 부른다. 데이터(D), 네트워크(N), AI(A)다. 이 가운데 데이터 생산·유통 활성화와 AI 생태계 조성, 활용에 약 1조600억 원을 투입한다. 또 네트워크 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공공분야 및 민간투자, 산업기반 조성에 나머지 6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Q: 다른 국가들도 그렇겠지만 한국은 특히 AI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방안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최 장관=연내 발표하는 종합대책에 담고자 하는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인력양성 문제다. 학계 홀로 노력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은 교수의 겸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이런 곳에서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을 많이 모셔가기도 하고 프로젝트 공유도 활발하다. 현재 국내 교수들은 연구년 등 제한적인 조건에서 민간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맡는다 하더라도 기업의 정보를 직접 공유받기 어렵게 돼 있다. AI는 산학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AI 관련 학과에 대해서는 교수들의 겸직 금지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다.
▽최 교수=교수가 민간기업 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크다. 연구자 입장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데이터를 얼마나 쓸 수 있느냐가 연구과정에서 굉장히 자주 부닥치는 문제인데 펀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교수를 영입하는 경우 그 실험실 학생들이 따라오게 되고, 이들이 기업의 생생한 실제 데이터로 연구하면서 향후 산업계에도 기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Q: AI 산업이 크려면 결국 AI로 분석해야 할 빅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가 너무 많다.
▽최 장관=얼마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더니 “연내에 데이터3법을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저는 이제 개인정보보호법 걱정 안 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럽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라는 통합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거 하나로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AI 업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효과도 획득했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재정비는 AI 산업 발전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확보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향후 데이터 선진국들과 협업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최 교수=미국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AI 연구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한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를 내부용 데이터 기반 연구와 외부공개용 데이터 기반 연구라는 양방향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외부공개용은 보유 데이터뿐만 아니라 연구에 쓰이는 코드나 분석모델 등도 외부와 공유해서 학계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초반에 구글보다 AI 분야에서 뒤처졌다가 이런 방식의 오픈 연구 덕분에 최근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Q: 최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국산화가 절박해지면서 한국도 ‘긴 호흡의 장기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AI 분야의 장기적인 연구 투자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하나.
▽최 장관=딥러닝 등 최근 주목받는 기술 연구 분야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예전에 이미 ‘뉴럴 네트워크’라는 분야가 한 차례 과학계의 이슈로 떠올랐다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특히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당시 해당 분야를 그만두지 않고 연구를 진척시켜온 이들을 필두로 다시 딥러닝 붐이 일어난 것이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기초연구 투자가 중요하다는 걸 이 사례로 알 수 있다.
▽이 교수=인공지능, 패턴인식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학회인 국제컴퓨터비전학회에 올해 등록된 논문 1000편을 분석해보니 국가별 비중이 중국 약 330편, 미국 310편으로 두 나라가 64%를 차지했다. 다음이 독일(47편), 한국(44편)이었다. 올해 학회 행사 참가 등록자 7500명 중 한국인이 2900명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여서 놀라웠다. 앞으로 이게 한국 AI의 토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 교수=최근 해외 AI 학계를 보면 상위권 학교나 학회가 아닌 유명하지 않은 곳들에서도 갑자기 좋은 연구를 내놓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아직 신생 분야이고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있으면 누구나 우수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Q: 한국의 AI 산업 생태계 발전에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AI 현장 전문가로서 두 교수님이 한국 정부에 제언한다면….
▽최 교수=미국은 중국의 약진을 정말로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AI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투자할 때도 ‘중국이 아직 손대지 않은 AI 연구 분야 중에 우리가 선수 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미국 국방부에서 지원받아 우리 팀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도 그런 기준으로 선정됐다. 한국 정부도 경쟁자들이 아직 뛰어들지 않은 분야, 그러면서도 중장기적이어서 민간 기업들이 섣불리 뛰어들긴 어려운 분야를 뒷받침해줘야 할 것 같다. ▽최 장관=교육, 산업, 정부, 인프라 등 네 가지 분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선 교육부와 협의해 초중등 교육과정을 AI 친화적으로 개편한다. 대학에선 AI 관련 학과 교수의 겸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협의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선 제조와 의료 등 각 분야에 AI 활용도를 높일 방안을 찾고, 정부도 디지털 정부를 제공하겠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데이터 등 핵심 자원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AI 칩 기술 기반에 투자하겠다. 이 같은 신산업 부문을 우리끼린 ‘DNA’라고 부른다. 데이터(D), 네트워크(N), AI(A)다. 이 가운데 데이터 생산·유통 활성화와 AI 생태계 조성, 활용에 약 1조600억 원을 투입한다. 또 네트워크 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공공분야 및 민간투자, 산업기반 조성에 나머지 6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Q: 다른 국가들도 그렇겠지만 한국은 특히 AI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방안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최 장관=연내 발표하는 종합대책에 담고자 하는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인력양성 문제다. 학계 홀로 노력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은 교수의 겸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이런 곳에서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을 많이 모셔가기도 하고 프로젝트 공유도 활발하다. 현재 국내 교수들은 연구년 등 제한적인 조건에서 민간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맡는다 하더라도 기업의 정보를 직접 공유받기 어렵게 돼 있다. AI는 산학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AI 관련 학과에 대해서는 교수들의 겸직 금지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다.
▽최 교수=교수가 민간기업 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크다. 연구자 입장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데이터를 얼마나 쓸 수 있느냐가 연구과정에서 굉장히 자주 부닥치는 문제인데 펀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교수를 영입하는 경우 그 실험실 학생들이 따라오게 되고, 이들이 기업의 생생한 실제 데이터로 연구하면서 향후 산업계에도 기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Q: AI 산업이 크려면 결국 AI로 분석해야 할 빅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가 너무 많다.
▽최 장관=얼마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더니 “연내에 데이터3법을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저는 이제 개인정보보호법 걱정 안 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럽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라는 통합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거 하나로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AI 업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효과도 획득했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재정비는 AI 산업 발전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확보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향후 데이터 선진국들과 협업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최 교수=미국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AI 연구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한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를 내부용 데이터 기반 연구와 외부공개용 데이터 기반 연구라는 양방향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외부공개용은 보유 데이터뿐만 아니라 연구에 쓰이는 코드나 분석모델 등도 외부와 공유해서 학계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 초반에 구글보다 AI 분야에서 뒤처졌다가 이런 방식의 오픈 연구 덕분에 최근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Q: 최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국산화가 절박해지면서 한국도 ‘긴 호흡의 장기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AI 분야의 장기적인 연구 투자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하나.
▽최 장관=딥러닝 등 최근 주목받는 기술 연구 분야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예전에 이미 ‘뉴럴 네트워크’라는 분야가 한 차례 과학계의 이슈로 떠올랐다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특히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당시 해당 분야를 그만두지 않고 연구를 진척시켜온 이들을 필두로 다시 딥러닝 붐이 일어난 것이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기초연구 투자가 중요하다는 걸 이 사례로 알 수 있다.
▽이 교수=인공지능, 패턴인식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학회인 국제컴퓨터비전학회에 올해 등록된 논문 1000편을 분석해보니 국가별 비중이 중국 약 330편, 미국 310편으로 두 나라가 64%를 차지했다. 다음이 독일(47편), 한국(44편)이었다. 올해 학회 행사 참가 등록자 7500명 중 한국인이 2900명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여서 놀라웠다. 앞으로 이게 한국 AI의 토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 교수=최근 해외 AI 학계를 보면 상위권 학교나 학회가 아닌 유명하지 않은 곳들에서도 갑자기 좋은 연구를 내놓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아직 신생 분야이고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있으면 누구나 우수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Q: 한국의 AI 산업 생태계 발전에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과 미국의 AI 현장 전문가로서 두 교수님이 한국 정부에 제언한다면….
▽이 교수=AI 스타트업 시장 생태계가 없는 것도 문제다. 국내 스타트업의 70%가량이 상장보다는 매각 형태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은 AI에 투자한다고 하면서도 AI 스타트업이나 기술을 큰돈을 지불하고 선뜻 사려고 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도 인수합병(M&A)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다양한 AI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탄생하고 성장한 뒤 대기업에 팔고 나갈 수 있는 선순환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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