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2030년까지 10개의 100조 기업을 일으키자(매일경제,2021.11.22)
유니콘기업 많이 생겼지만
대기업 성장세는 크게 둔화
100조 가치 회사 삼성전자뿐
왕후장상의 씨 따로 없듯이
이루고자하면 못할것 없어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담은 대선 주자들의 비전과 정책을 찾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과학 기술과 군사력에서 대치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지난 40여 년간 어렵게 일궈온 한국 산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당은 없다. 앞서 있다고 자부했던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의 TSMC가 우리보다 앞서 나가자 대학의 반도체 분야 정원을 일부 늘리고 얼마간의 연구비를 늘리겠다는 일차원적 대응책이 전부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역사적 진리도 실종됐다. 19세기 말 국제 정세를 애써 외면하고 국내 권력 다툼에만 몰입하다 망국의 길로 간 조선 말의 역사가 반복될까 두렵다.
필자는 1980년 서울 공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 오기 전 마지막 3년 동안 현재의 서울과학기술대가 있는 공릉동 캠퍼스에서 학부 과정을 공부했다. 지금과 달리 주변에 배 밭이 널려 있는 외진 곳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공대생들은 대부분이 흙수저였다. 이들은 생활비가 적게 드는 낡은 기숙사에 들어갔다. 겨울이 되면 북향 방에는 물잔의 물이 얼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전기 난로나 전기 패드는 비싸서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구책으로 청계천 상가에서 전열선을 사서 자체 난방 시스템을 만들어 추위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적절한 저항의 전열선을 값싸게 사서 문제없도록 설치하는 일은 학교 실험에서 배울 수 없는 필요에 의한 실험이었다. 이 흙수저 공대생들이 부족함과 절박한 실험 정신을 가지고 이 나라의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건설, 철강, 화학, 원자력 산업을 일으켰다.
팬데믹을 맞아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되고 생명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가치를 능가하는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1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가치가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넘는 데카콘도 40개가 넘고 1000억달러를 넘는 헥토콘이 되어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가치가 475억달러에 이르고 두나무의 가치도 18조원에 이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의 글로벌 벤처 센드버드와 몰로코가 각각 10억달러와 15억달러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가 20년 전 실리콘밸리에 실험실 벤처를 세워 진출할 때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반면 우리 대기업들의 성장세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데카콘 규모의 상장 회사 수는 35개 정도이다. 100조원 가치를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우리가 대전환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새로운 혁신 국가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유니콘 기업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혁신 국가 청사진의 핵심은 10년 내 100조원 가치의 헥토콘이 10개는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100조원 기업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험실 벤처를 인수한 독일 기업 SAP의 가치를 50조원에서 200조원 규모로 높인 SAP HANA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으로 이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확신한다. 같은 분야에서 SAP뿐만 아니라 작년에 상장한 스노플레이크 가치가 100조원을 능가하고 버클리 교수, 연구원들이 창업한 데이터브릭스가 이 기업의 뒤를 이어 100조원의 기업이 되어 가고 있다.
고려 무신 시대에 난을 일으킨 노비 만적의 말이 생각난다.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원래부터 있겠는가?" 유니콘, 헥토콘 창업자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할 것은 없다. 누구나 뜻을 가지고 준비하면 이룰 수 있다. 단 만적과 같이 실패하지 않게 혁신국가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고 교육과 산업 생태계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때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대전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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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성장세는 크게 둔화
100조 가치 회사 삼성전자뿐
왕후장상의 씨 따로 없듯이
이루고자하면 못할것 없어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담은 대선 주자들의 비전과 정책을 찾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과학 기술과 군사력에서 대치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지난 40여 년간 어렵게 일궈온 한국 산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당은 없다. 앞서 있다고 자부했던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의 TSMC가 우리보다 앞서 나가자 대학의 반도체 분야 정원을 일부 늘리고 얼마간의 연구비를 늘리겠다는 일차원적 대응책이 전부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역사적 진리도 실종됐다. 19세기 말 국제 정세를 애써 외면하고 국내 권력 다툼에만 몰입하다 망국의 길로 간 조선 말의 역사가 반복될까 두렵다.
필자는 1980년 서울 공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 오기 전 마지막 3년 동안 현재의 서울과학기술대가 있는 공릉동 캠퍼스에서 학부 과정을 공부했다. 지금과 달리 주변에 배 밭이 널려 있는 외진 곳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공대생들은 대부분이 흙수저였다. 이들은 생활비가 적게 드는 낡은 기숙사에 들어갔다. 겨울이 되면 북향 방에는 물잔의 물이 얼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전기 난로나 전기 패드는 비싸서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구책으로 청계천 상가에서 전열선을 사서 자체 난방 시스템을 만들어 추위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적절한 저항의 전열선을 값싸게 사서 문제없도록 설치하는 일은 학교 실험에서 배울 수 없는 필요에 의한 실험이었다. 이 흙수저 공대생들이 부족함과 절박한 실험 정신을 가지고 이 나라의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건설, 철강, 화학, 원자력 산업을 일으켰다.
팬데믹을 맞아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되고 생명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가치를 능가하는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1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가치가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넘는 데카콘도 40개가 넘고 1000억달러를 넘는 헥토콘이 되어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가치가 475억달러에 이르고 두나무의 가치도 18조원에 이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의 글로벌 벤처 센드버드와 몰로코가 각각 10억달러와 15억달러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가 20년 전 실리콘밸리에 실험실 벤처를 세워 진출할 때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반면 우리 대기업들의 성장세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데카콘 규모의 상장 회사 수는 35개 정도이다. 100조원 가치를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우리가 대전환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새로운 혁신 국가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유니콘 기업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혁신 국가 청사진의 핵심은 10년 내 100조원 가치의 헥토콘이 10개는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100조원 기업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험실 벤처를 인수한 독일 기업 SAP의 가치를 50조원에서 200조원 규모로 높인 SAP HANA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으로 이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확신한다. 같은 분야에서 SAP뿐만 아니라 작년에 상장한 스노플레이크 가치가 100조원을 능가하고 버클리 교수, 연구원들이 창업한 데이터브릭스가 이 기업의 뒤를 이어 100조원의 기업이 되어 가고 있다.
고려 무신 시대에 난을 일으킨 노비 만적의 말이 생각난다.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원래부터 있겠는가?" 유니콘, 헥토콘 창업자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할 것은 없다. 누구나 뜻을 가지고 준비하면 이룰 수 있다. 단 만적과 같이 실패하지 않게 혁신국가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고 교육과 산업 생태계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때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대전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