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혁재 교수, 지방대 활성화도 도울 반도체 공유大(문화일보,2022.07.26)
교육부가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15만 명이라는 인력을 10년간 양성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의 모든 방안이 망라됐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방안이며, 이에 대한 지방 대학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도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지방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수도권 대학 증원은 지방대 입학생 감소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신입생 정원이 대학·학과별로 고정돼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 학생 정원이 고정돼 있지 않아 지원자의 수에 따라 신입생 수를 조정할 수 있다. 산업체 수요가 늘면 그 분야의 지원자도 늘고 그 결과 관련 학과 신입생을 많이 뽑게 되므로 산업계 흐름에 맞게 인력 양성이 가능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학 정원에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변경하기 어렵다.
대학·학과별로 고정된 정원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교육부에서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수도권 및 지방대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모두 8개 신기술 분야가 있다. 이중 차세대 반도체 혁신공유대학은 서울대를 주관대학으로 강원대·대구대·숭실대·조선이공대·중앙대·포항공대가 참여한다. 특히, 지방대인 대구대·강원대·조선이공대 학생의 참여도가 높고,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반도체 강좌를 많이 수강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수도권·지방 대학의 상생 가능성을 보여준다.
혁신공유대학은 반도체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대학교육을 위한 혁신의 방향이 될 수 있다. 대학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네르바 대학은 특정 지역에 위치한 캠퍼스가 없이 여러 도시로 이동하며 교육한다. 이 미네르바 대학은 큰 호응을 얻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여러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공유대학이 미네르바 대학과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대학별 정원이 고정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서 미네르바 대학의 장점을 접목하는 한국형 미네르바 대학으로서 공유대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계획에는 차세대 반도체 공유대학 사업단의 수를 1개에서 2개 이상 늘리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양적 증가뿐 아니라 공유의 형태를 좀 더 확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즉, 새로이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대학들이 공유대학처럼 공동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이 함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수도권 정원을 크게 늘리지 않더라도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 대학이 우려하는 수도권 증원에 따른 지방대 입학생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대 학생에게도 수도권 대학 학생들과 경쟁해서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기회를 줄 수 있고, 이는 지방 대학의 학생 충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공유대학을 통해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 양성과 지방대 활성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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