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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신형철 교수, [포럼]반도체 초격차 갉아먹는 反국익 국회(문화일보,2023.03.03)

2023.03.03.l 조회수 1256
신형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반도체 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경쟁국들은 자국 산업의 육성 및 보호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5년간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지급하는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신청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그 내용을 보면 △현금 흐름, 내부 수익률, 수익성 지표 관련 자세한 계획서 제출 △초과수익은 미국 정부와 공유 △지원금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 금지 △중국 등에서 10년간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 금지 △직원과 건설 근로자에 보육 서비스 제공 △미국산 철강과 건설자재 사용으로 돼 있다.

심지어 미국 내 생산시설에 미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반도체 핵심공정 기밀기술까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 조건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결국 타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제하면서 최근 다소 침체된 미국 반도체 산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함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향후 20년간 미국 텍사스주에 11개의 공장 건설 계획이 있는 삼성전자와 D램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으로서는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안게 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인력 부족, 기술 한계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2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대비 42% 줄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그런데 미·중 패권 경쟁을 시작으로 반도체 산업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재조명되고,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의 자국화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과거 메모리 반도체 기술 패권을 장악했던 미국·유럽·일본 등 선발국들의 글로벌 반도체 전쟁 참전은 국내 반도체 산업 역사상 전례 없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우리에게 반도체 제조 강국 코리아의 위상이 익숙할지 모르지만, 오늘의 상황은 지난 50년간 정부·기업·학계가 힘을 합쳐 피땀으로 일궈온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이대로 안주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는 과거의 영광만 있을 뿐 밝은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1월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 첨단산업의 세액공제율 개정’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 등의 반대로 국회 통과 여부가 미지수다. 이에 대한전자공학회,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반도체공학회 등 관련 학계는 이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에 들어갔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게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라는 이념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국부산업이자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안보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후배와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금 우리가 전력을 다해 지켜야 하는 최우선 자산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며 미래 패권 국가의 기본 조건임을 잊지 말고 개정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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